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KT행을 선택한 '국민 거포' 박병호. 동아일보DB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습니다.

 

결국 '빅뱅' 박병호(35)마저 프로야구 키움을 떠납니다.

 

박병호가 새로 둥지를 틀게 될 팀은 KT입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병호가 총액 30억 원 규모로 KT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28일 전했습니다.

 

KT에서는 29일 계약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KT 공식 발표에 따르면 계약 조건은 계약금 7억 원, 연봉 20억 원, 옵션 30억 원이었습니다.)

 

2011년 이후 몸담았던 키움을 떠나게 된 박병호. 동아일보DB

1986년 7월 10일생인 박병호는 만 35세 이상은 무조건 C등급으로 분류하는 FA 규정에 따라 C등급에 해당합니다.

 

C등급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보상 선수 없이 이전 시즌 연봉 1.5배를 원 소속 팀에 지급해야 합니다.

 

박병호는 이번 시즌 키움에서 15억 원을 받았고 보상금은 22억5000만 원이 됩니다.

 

결국 KT에서 총액 52억5000만 원에 박병호를 영입한 셈입니다.

 

이 관계자는 "박병호는 끝까지 키움에 남고 싶어 했지만 KT가 움직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KT는 유한준(40)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은퇴를 선언하면서 타선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타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 "키움에서도 박병호가 떠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31)로 채운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습니다.

 

2011년 8월 5일 안방 경기에서 트레이드 후 첫 홈런을 친 뒤 축하를 받고 있는 박병호. 동아일보DB

성남고를 졸업하고 LG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 마감일(7월 31일)에 키움 전신인 넥센으로 팀을 옮겼습니다.

 

이후 미국 무대에서 활약한 2016, 2017년을 제외하고 8시즌 반 동안 1026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이보다 이 버건디색 유니폼을 입고 많은 경기에 나선 건 1066경기에 나선 뒤 올해 7월 27일 LG로 옮긴 서건창(32) 한 명뿐이었습니다.

 

박병호가 이 유니폼을 입고 페넌트레이스 경기에서 때린 홈런은 총 302개.

 

히어로즈 통산 1위 기록이자 이 기간 리그 2위 기록입니다.

 

이 기간 내내 한국 무대에서만 활약한 SSG 최정(34)이 박병호보다 8개 많은 홈런 310개를 쳤을 뿐입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스윙맨 자세로 타격을 하고 있는 박병호. 동아일보DB

박병호는 또 이 기간 .294/.405/.596으로 OPS(출루율+장타력) 1.001을 기록했습니다.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10타석 넘게 출전한 선수 가운데 이보다 통산 OPS가 높은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OPS 1.1001은 리그 전체에서도 이 기간 500타석 이상 들어선 '국내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최근 2년 동안에는 .226/.336/.439로 부진했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박병호가 937억 원이 풀린 이번 FA 시장에서 30억 원을 투자하지 못할 선수였는지 의문입니다.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 21개, 올해 20개를 때렸습니다.

 

이 2년 동안 연속해 2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토종 타자'는 최정, 나성범(32·당시 NC), 양의지(34·NC), 김재환(33·두산), 한유섬(32·SSG) 그리고 박병호뿐입니다.

 

㈜서울히어로즈에 '대박' 그 자체였던 박병호. 넥센(현 키움) 제공

넥센(현 키움)은 박병호 트레이드 과정에서 LG로부터 '뒷돈으로' 15억 원을 받았습니다.

 

당시 심수창(40)도 박병호와 함께 건너왔으니 7억5000만 원이 박병호 몫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박병호는 또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 건너가면서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금액으로 1285만 달러(약 152억8500만 원)도 안겨줬습니다.

 

이 포스팅 비용 덕에 ㈜서울히어로즈는 창립 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박병호 한 명 덕에 이 회사는 160억3500만 원을 벌어들인 셈이 됩니다.

 

(KT에서 받게 될 22억5000만 원까지 합치면 182억8500만 원입니다.)

 

이 회사에서 8.5년 동안 박병호에게 지급한 연봉 총액은 79억9880만 원으로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박병호가 벌어오고 남은 돈 가운데 절반 정도는 투자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2021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는 박병호. 동아일보DB

박병호 선수, 이번 결정에 진심으로 마음 한 구석이 아렸으리라 생각합니다.

 

2013년 10월 14일 그 3점 홈런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물론 2018년 11월 2일 그 홈런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4개월 29일 동안 '우리 팀에는 박병호가 있다'고 자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이 팀에 대한 애정이 1도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지켜보다 보니 살짝 흔들리더군요.

 

그러다 이번 결정으로 저 역시 그 팀에 대한 모든 애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선택에 도움을 주신 것 역시 박 선수에게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팀에서 간판 타자 간판을 내려겠다는데 별 수 있나요.

 



댓글, 4

  •  댓글  수정/삭제 HD
    2021.12.30 22:48

    어휴... 참 보람이 없네요 팬이나 선수나 유튜브 직원 등 열심히 잘 일한 직원들이나...

  •  댓글  수정/삭제 모치
    2021.12.30 22:50

    올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박경수가 보인 투혼을 보면서 팀에서 고참이란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 알게한 시리즈였습니다 김하성이 떠난 히어로즈팀에게 박병호는 가난한 집안 장남의 무게를 오롯이 혼자 떠앉아야하는 존재아니였을까요 ㅠㅠ
    돈이 없던 시절엔 선수팔아 구단운영을 했다지만 가성비떨어지는 용병에 쓸돈은 있고 팀의 구심점이 되어줄 선수를 이리 내치는데 과연 이 팀을 응원할 팬이 있을까요 ㅠㅠ 우승하고 싶다던 이정후가 불쌍할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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