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넥센이 2008년 창단 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12일 금용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서울히어로즈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 약 189억835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현재까지 누적 적자 총액이 약 267억7959만 원이던 걸 감안하면 고무적인 흑자 폭입니다. 그 덕 자본잠식도 약 247억7200만 원에서 약 57억8849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넥센은 대기업을 모(母)기업으로 두고 있는 다른 프로야구 구단과 달리 '네이밍 스폰서' 형태로 팀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팀을 꾸려가는 회사는 서울히어로즈인데 이 회사에서 넥센타이어㈜에 돈을 받고 팀 이름에 넥센을 붙여주는 형태입니다. 당연히 돈을 더 내는 회사가 있으면 팀 이름이 바뀔 수 있습니다. 넥센타이어하고는 2010년 처음 계약을 맺었으며 두 차례 연장을 통해 2018년까지 계약을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넥센이 흑자를 기록한 게 의미가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야구 구단이 '장부상 흑자'를 기록하는 건 그리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구단이 자생력을 갖췄다고 말하는 건 현실적으로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2년 전 유진투자증권㈜에서 펴낸 보고서 '프로야구, 가치를 재발견하다'를 소개할 때 인용한 문장을 다시 가져오면:


현 시점에서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실적개선은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상업적 성공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모기업 지원없이 쇼비즈니스 차원에서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성적상승을 통한 실적개선은 향후에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연속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장석 대표는 2018년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의 상업적 성공가능성에 대한 기대 역시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예측을 앞당긴 건 역시 박병호(31·미네소타) 덕입니다. 넥센은 지난해 총 매출액 약 626억1053만 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015년 약 410억9167만 원보다 52.4% 정도 늘어난 금액입니다. 금액(약 118억1668만 원)이나 비율(62.0%) 모두 기타 수익(지난해 약 308억7835만 원)이 제일 많이 늘어났습니다. 박병호가 2015년 겨울 넥센에 남기고 간 이적료는 1285만 달러(당시 약 147억 원)였고, 2014년 강정호(30)는 500만2015 달러(당시 약 55억 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선수 이적료 차이하고 엇비슷하게 늘어난 셈입니다. 


물론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안방을 옮긴 효과도 봤습니다. 운동장 수익 역시 2015년 약 532억1151만 원에서 지난해 약 861억5388만 원으로 61.9% 올랐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32억9424만 원이 늘었습니다. 그러니까 넥센 팬 여러분께서 지난해 제일 비싼 입장료(1인당 객단가 1만3176 원) 내고 고척돔을 찾으신 것도 구단 살림에 보탬이 됐던 겁니다. 


처음 고척돔에 들어갔을 때 광고가 없다고 난리였지만 광고 수익도 약 230억8215만 원으로 2015년(약 166억8882만 원)보다 38.3% 늘었습니다. 대신 급여가 2015년 약 59억9643만 원에서 약 36억2384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2014년에도 급여가 29억650만 원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2015년에 뭔가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으리라고 추측한대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역시 어떤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는지 조태룡 전 단장(52)은 프로축구 강원FC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소유 주식은 2015년 6000 주(지분율 1.46%)에서 지난해 2만 주(4.88%)로 늘었습니다. 대신 이장석 대표(51)와 3대 주주 남궁종환 부사장(48)이 각 7000주가 줄었습니다. 이 대표와 남궁 부사장이 조 전 단장에게 주식을 판 것. 이에 따라 이 대표 지분율은 69.27%에서 67.56%로 줄었습니다.


넥센 관계자는 "박병호 포스팅 금액에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 분배금 68억 원을 더해 흑자를 기록한 것뿐이다. 앞으로 강정호나 박병호처럼 해외진출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LG하고 맞붙은) 개막 3연전 때 만원을 기록하지 못한 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건강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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