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서울 잠실구장 홈플레이트를 밟고 있는 그. 넥센(현 키움) 제공

그는 누구보다 히어로즈 유니폼을 자주 또 많이 더럽힌 선수였습니다.

 

그는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1066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앞 가슴에 넥센 또는 키움이라고 쓴 유니폼을 입고 이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4691타석, 4031타수, 1236안타, 727득점, 212도루 모두 팀 역사상 최다 기록입니다.

 

이 팀 유니폼을 입고 2루타(232개)와 3루타(52개)를 그보다 많이 때린 선수도 없습니다.

 

1루를 향해 달려가는 서건창. 넥센(현 키움) 제공

그리고 프로야구 역사상 한 시즌에 안타를 200개 넘게 때린 선수는 그밖에 없습니다.

 

그는 2012년 프로야구 신인상 수상자이며 2014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이기도 합니다.

 

그랬던 '서 교수'가 이 버건디색 유니폼 대신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프로야구 키움과 LG는 내야수 서건창(32)이 LG로 가는 대신 투수 정찬헌(31)이 키움으로 오는 일대일 트레이드를 실시했다고 27일 발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서건창과 정찬헌은 송정동초 - 충장중 -광주일고 동기동창 사이이기도 합니다.

 

신고선수 신분으로 LG에 입단했던 서건창.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서건창이 LG에 몸담게 되는 건 이번이 두 번째.

 

광주일고 졸업 후 어떤 팀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한 서건창은 2008년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신분으로 LG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서건창이 LG 유니폼을 입고 1군 경기에 출전한 건 딱 한 타석이었습니다.

 

2008년 7월 23일 잠실 안방경기에서 (공교롭게도) 히어로즈 투수 송신영(44)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넥센(현 키움) 신고선수 시절 서건창.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시즌이 끝난 뒤 방출 통보를 듣게 된 서건창은 현역병으로 복무하면서 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제대 후에도 야구를 포기할 수 없던 그는 2011년 9월 김선섭 광주일고 감독 추천으로 입단 테스트를 받은 뒤 역시 신고선수 신분으로 버건디색 유니폼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그다음 시즌부터 곧바로 서건창은 우리가 아는 그 서건창이 됩니다. 아니, 히어로가 됩니다.

 

'우리 팀 2루수는 서건창이다'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던 그 시절 서건창. 넥센(현 키움) 제공

히어로즈 팬으로 산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을 당하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걸 뜻합니다.

 

어느날 문득 그게 너무 싫어져서 이제 저는 더 이상 스스로를 히어로즈 팬이라고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서건창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아, 내 마음이 아직 저 팀 자리가 남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키움 소속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달 8일 안방 SSG전 도중 서건창. 키움 제공  

서건창 선수, 2014년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잠실구장을 비워줘야 할 때 구단 홍보팀 막내가 '구장에 뭐 놓고 가는 거 없냐?'고 물었던 거 기억하시나요?

 

서건창 선수는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놓고 간다'고 답했더랬습니다.

 

그 트로피 찾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는데 끝내 못 찾고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래도 목동과 고척에 남겨 놓고 가는 그 추억은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모든 순간 순간을 응원하지는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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