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30개팀 구단주가 결국 직장폐쇄를 선택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말씀드리면 직장폐쇄(lockout)는 사측에서 '우리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일을 못하게 할 거야 = 돈을 주지 않을 거야'라고 선언하는 걸 뜻합니다.
반대로 노측에서 '우리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일하지 않을 거야 = 돈을 벌어다 주지 않을 거야'라고 선언하는 행위는 파업(strike)이라고 합니다.
MLB 구단주가 직장폐쇄 결정을 내린 건 선수 노동조합과 새로운 단체협약(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을 맺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적용한 CBA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1일 오후 11시 59분(이하 현지시간)이 유효 기간이었습니다.
이미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만큼 이 시점이 지났다고 해서 곧바로 직장을 폐쇄해야 할 필요가 있던 건 아닙니다.
그러나 MLB 구단주 30명은 2일 오후 자정을 기점으로 직장을 폐쇄하자고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습니다.
순번 | 시작일 | 지속 기간 | 구분 | 취소 경기 |
① | 1972년 4월 1일 | 13일 | 파업 | 86 |
② | 1973년 2월 8일 | 18일 | 직장폐쇄 | 0 |
③ | 1976년 3월 1일 | 17일 | 직장폐쇄 | 0 |
④ | 1980년 4월 1일 | 8일 | 파업 | 0 |
⑤ | 1981년 5월 29일 | 64일 | 파업 | 713 |
⑥ | 1985년 8월 6일 | 2일 | 파업 | 0 |
⑦ | 1990년 2월 15일 | 32일 | 직장폐쇄 | 0 |
⑧ | 1994년 8월 12일 | 232일 | 파업 | 938 |
⑨ | 2021년 12월 2일 | ? | 직장폐쇄 | ? |
MLB 구단주가 직장폐쇄를 선택한 건 1990년 2월 15일 이후 31년 9개월 16일 만에 처음입니다.
당시에는 3월 19일에 새 CBA를 체결하면서 32일 만에 직장폐쇄 조치를 풀었습니다.
파업까지 포함한 노사분규(work stoppage)는 1995년 4월 2일 이후 26년 7개월 29일 만에 처음입니다.
이때는 1994년 8월 12일부터 선수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규리그 총 938 경기와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1994년 포스트시즌 일정을 전부 취소했습니다.
1994년 파업이 이렇게 길었던 건 새 CBA를 체결하지 않은 채 시즌을 개막했기 때문입니다.
구단주와 한 배를 타고 있는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방어용(defensive) 직장폐쇄'라고 표현한 이유입니다.
이번에는 오프시즌에 직장을 폐쇄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 개막 전까지만 새 CBA를 체결하면 리그 일정을 중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MLB 노사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어빙에서 최종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7분 만에 협상 테이블을 접었습니다.
스포츠 전문 (유료)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막판까지 노사 양측 의견이 가장 엇갈린 건 연봉 조정 자격 취득 시점이었습니다.
현재는 기본적으로 MLB '서비스 타임' 3년을 채워야 연봉 조정 자격을 얻는 데 선수 노조에서는 이를 2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했습니다.
연봉 조정 자격 취득 시점을 앞당기자는 건 선수를 '헐값'에 쓸 수 있는 기간을 줄이자는 뜻이기 때문에 구단에서는 이 제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타임 1년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없애거나 줄이자는 선수 노조 제안에도 구단주 쪽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현재는 정규시즌 187일 중 172일 동안 현역 로스터(엔트리) 또는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야 서비스 타임 1년을 채우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는 보름만 MLB 콜업을 미뤄도 유망주를 1년 더 헐값에 묶어 둘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줄어들면 선수 몸값이 1년 먼저 치솟게 됩니다.
선수 노조에서 '탱킹 금지 규정'을 만들자고 제안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아예 시즌 성적을 포기하는 팀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중간 레벨 FA가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게 선수 노조 주장입니다.
탱킹은 기본적으로 이듬해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앞선 지명 순번을 따내 유망주를 확보하겠다는 접근법입니다.
그래서 선수 노조에서는 성적이 나쁘면 무조건 상위 지명권을 가져가는 현재 방식을 수정해 탱킹을 방지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선수 노조에서는 생각하는 대안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채택 중인 '로터리 픽'입니다.
NBA는 1라운드 1~14순위 지명권을 추첨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각 구단은 "선수 노조가 구단 고유 권한까지 건드리는 건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요컨대 선수 노조는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고 구단주 측에서는 '더는 못 준다'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전체 수익 가운데 57%가 선수 몫이었는데 현재는 43%로 줄었다는 게 선수 노조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11월 한 달 동안 FA 시장에 17억 달러(약 2조 원)가 풀렸다"면서 선수 노조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계속해 "선수 노조와 협상을 이어가면서 내년 시즌이 정상 개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LB 직장폐쇄는 한국 프로야구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직장폐쇄 기간에는 MLB 자유계약선수(FA) 계약 협상 및 트레이드 같은 행정 업무가 전부 멈추기 때문입니다. (= 마이너리그 계약 등은 가능합니다.)
MLB 시즌 전망이 불투명하면 해외 리그로 눈을 돌리는 선수가 늘어나는 게 당연한 일.
억만장자 구단주와 천만장자 선수 가운데 어느 쪽이 이길지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