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마이너리그 로고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르면 내년부터 마이너리그 선수단에 숙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18일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팀 구단주는 지난달 중순 회의를 열어 각 팀 산하 마이너리그 4개 팀 선수단에게 숙소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단, 직접 숙소를 제공할지 아니면 주거비를 지원할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직 마이너리그 선수 출신인 해리 마리노 마이너리거 권리 찾기 운동 본부 대표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제일 지원을 희망했던 게 바로 숙소 문제"라면서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 가운데는 방문 경기 때는 모텔비를 내기도 쉽지 않은 선수가 적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에만 올라 가면 문자 그대로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마이너리그는 사정이 다릅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유료) 매체 '디 어슬레틱'은 올해 8월 5일 마이너리그 선수들 생활상을 보도했습니다.

 

선수 여러 명이 '원룸' 하나를 구해 멀쩡하게 함께 사는 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반문 경기 때는 차 또는 경기장에서 잠자리에 드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선수 생활을 한 케일럽 조셉(35)은 "마이너리그에게는 밤에 잠잘 곳을 찾는 게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밀워키 산하 AAA 팀 내슈빌에서 뛰는 루크 바커(29)는 "이렇게 살 수 없는 곳에서 선수들을 내버려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봉이 적은 게 일단 제일 큰 문제지만 숙소만 제공해도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시즌 마이너리그 최저 연봉은 △A 1만2000 달러(약 1400만 원) △AA 1만4400 달러(약 1700만 원) △AAA 1만6800 달러(약 2000만 원)였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3543 달러(약 7500만 원)인 나라입니다.

 

샌디에이고 산하 A 팀 포트웨인 안방 구장 파크뷰 필드. 포트웨인=AP 뉴시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인 브랜든 스나이더(35)는 "구단에서 선수를 투자 대상이 아니라 장기판 졸(卒)로 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ESPN은 렌트비가 아주 비싼 도시에 마이너리그 팀이 있는 몇몇 구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 원) 이내로 숙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이 57만500 달러(약 6억7400만 원)니까 신인 선수 두 명 연봉보다 숙소 문제 해결 비용이 적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돈 때문에 숙소 제공을 꺼렸던 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휴스턴 등 일부 구단은 올해부터 이미 마이너리그 선수단에게 숙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새 마이너리그 지도. 베이스볼아메리카(BA) 홈페이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마이너리그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팀당 마이너리그 팀 숫자를 4개로 유지하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한 뼈대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42개 구단이 메이저리그 팀과 연결고리를 잃었습니다.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이번 숙소 제공 결정이 마이너리그 개편 작업 '끝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 될지 아니면 '시작의 끝'을 알리는 결정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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