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터가 11일(이하 현지시간) 폴라파크에서 열린 마이너리그 동부 AAA 안방 경기에서 시러큐스를 8-5로 물리쳤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쓸 수 없던 표현이 여럿 들어 있습니다.
제일 먼저 나오는 '우스터'는 메이저리그 보스턴 산하 AAA 팀 '우스터 레드삭스'를 가리킵니다.
지난해까지 보스턴 산하 AAA 팀 이름은 '포투켓 레드삭스'였습니다. 1973년 이후 48년 동안 계속 그랬습니다.
프로야구(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 역사상 가장 긴 33이닝 경기가 바로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있는 이 팀 안방 구장 맥코이 스타디움에서 열렸습니다.
2015년 래리 루치노(75) 당시 보스턴 사장 등이 모인 투자 그룹은 포투켓 구단을 인수한 뒤 1942년 문을 연 이 구장이 너무 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구장 인근에 새 구장을 지으려 했지만 미국 50개 주 가운데 땅 넓이(4005㎢)가 가장 좁은 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마땅한 터를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차로 45분 정도 가야 하는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새 구장을 짓게 되면서 자연스레 팀 이름도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날 새 구장 '폴라파크'에서 첫 안방 경기를 치르게 된 겁니다.
이 구장 첫 경기 시구는 보스턴의 자랑 페드로 마르티네스(50)가 (공동으로) 맡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보스턴에서 7년 동안 뛴 마르티네스는 재활 과정에서도 포투켓 유니폼을 입은 적은 없다는 것.
물론 마르티네스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기 전 베이커즈필드(A+), 샌안토니오(AA), 앨버커키(AAA) 같은 마이너리그 팀에서 뛴 적이 있습니다.
또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에도 재활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에 마이너리그 경기에 등판하기도 했습니다.
'AAA 동부'도 지난해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입니다.
2019년까지 AAA에 속한 리그는 인터내셔널리그(IL·14개 팀)와 퍼시픽코스트리그(PCL·16개 팀)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AAA를 비롯한 마이너리그가 아예 시즌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마이너리그 구조 재편을 진행하면서 AAA를 동부(20개 팀)와 서부(10개 팀)로 나눴습니다.
AAA 동부는 일단 우스터를 비롯한 기존 IL 팀 14개 팀이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PCL에서 4개 팀(내슈빌 멤피스 아이오와 오마하)이 건너왔고 AA 서던리그에 속해 있던 잭슨빌, 독립리그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 소속이던 세인트폴이 합류했습니다.
AAA 서부도 기존 PCL 팀이 뼈대를 이룬 건 맞지만 16개 팀 가운데 9개만 살아 남았습니다.
4개 팀은 위에서 보신 것처럼 동부로 넘어 왔고 샌안토니오, 위치타는 AA 레벨인 텍사스 리그로 옮겼습니다.
프레즈노는 로우 A 레벨인 캘리포니아 리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러면 16 - 4 - 3 = 9개 팀이 남습니다. 여기에 독립리그 '애틀랜틱 리그'에서 슈거랜드가 합류하면서 10개 팀이 됐습니다.
같은 모기업에서 퓨처스리그(2군) 팀까지 운영하는 한국 프로야구 사정에서는 이런 변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별개 법인인 마이너리그 팀과 선수 교육 위탁 교육을 맺고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을 파견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합니다.
어떤 팀이 독립리그에 속해 있다는 건 어떤 메이저리그 팀과도 위탁 교육을 맺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AA 레벨 선수가 아니라 AAA 레벨 선수를 파견하겠다고 하면 그 팀이 산하 AAA 팀이 되는 겁니다.
또 AAA는 그저 '교육 기관'이 아니라 어엿한 프로 리그이기도 합니다.
2019년 기준으로 총 1350만376명(경기당 평균 6697명)이 AAA 경기를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