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가 가장 사랑한 야구 선수는 단연 칼 립켄 주니어(61)입니다.
1981년 8월 10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에서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01년 은퇴할 때까지 21년 동안 볼티모어 유니폼만 입고 뛰었습니다.
특히 1982년 5월 30일부터 1998년 9월 19일까지는 MLB 역대 최장 기록인 2632경기에 연속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얻은 별명이 바로 철인(The Iron Man).
이렇게 오래 또 계속 뛰려면 실력이 뒷받침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
풀 타임 첫 해였던 1982년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을 탄 립켄 주니어는 이듬해(1983년)에는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면서 AL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MLB 역사상 신인상 수상 이듬해 MVP가 된 건 립켄 주니어가 처음이었습니다.
1991년에도 또 한 번 MVP를 차지한 립켄 주니어는 결국 3184안타를 기록한 뒤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게다가 립켄 주니어는 볼티모어가 자리한 메릴랜드주에서 나고 자란 '홈타운 보이'이기도 했습니다.
본인도 은퇴사를 통해 "고향 팀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뛸 수 있던 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영광(Imagine playing for my hometown team for my whole career)"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고향이나 MLB 데뷔 팀은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운과 실력이 겹쳐 립켄 주니어는 '만화도 이렇게 그리면 재미없겠다'고 할 만큼 팬이 사랑하는 요소를 두루 갖춘 선수로 커리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 신인 타자 사토 데루아키(佐藤輝明·22)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감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단 한신 안방인 고시엔(甲子園) 구장이 자리한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출신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
(등번호도 립켄 주니어와 똑같이 8번을 달았습니다.)
게다가 올해 전반기에만 20홈런을 날리면서 가장 강력한 센트럴리그 신인상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8월 19일 안방 DeNa전에서 시즌 23번째 홈런을 날리면서 한신 신인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흘 뒤 22일 나고야(名古) 방문 경기에서 주니치(中日)를 상대로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토는 이날 이후 3일 안방 주니치전까지 21경기에서 59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했습니다.
이전까지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그 어떤 야수도 59타석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적은 없습니다.
'야수'라고 범위를 줄인 건 투수 가운데는 겐시로 사가(嵯峨健四郞·1937~2011)가 90타석, 이노마타 다카시(猪俣隆·57)가 79타석 연속 무안타를 남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토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60번째 타석에서 드디어 안타가 나왔습니다.
사토는 5일 요코하마(橫浜) 방문 경기 1회초 공격 때 2사 1,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습니다.
사토는 경기 후 "프로야구가 진짜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레벨 업'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야노 하키히로(矢野曜大) 한신 감독은 "사토가 이 안타 한 개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반기 타격감을 되찾으면 좋겠다"고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과연 앞으로 20년이 지났을 때 한신 팬들 기억에 사토는 어떤 선수로 남아 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