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최우수선수(MVP)라고 새 시즌에도 꼭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김성래(60)는 1993년 타율 0.300, 28홈런, 91타점으로 정규시즌 MVP로 뽑혔습니다.
이듬해에는 타율 0.246, 14홈런, 43타점에 그쳤고,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으로 건너 간 로하스(31)는 사정이 다릅니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리그 MVP 출신이 죽을 쑨다는 건 호사가들에게 아주 좋은 '떡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로하스는 15일 도쿄돔 방문 경기에서 아주 맛있는 미끼를 던졌습니다.
안방 팀 요미우리(讀賣) 선발 산체스(32)를 맞아 야노 아키히로(矢野曜大) 한신 감독은 로하스를 6번 타자 겸 우익수로 기용했습니다.
산체스는 로하스가 2018년 6월 2일 문학구장에서 비거리 125m짜리 홈럼을 때린 적도 있는 투수.
그러나 이날 맞대결은 삼진 - 삼진 - 볼넷으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 볼넷으로 로하스는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 첫 출루 기록를 남기면서 동시에 한신 구단 기록도 하나 새로 썼습니다.
바로 데뷔 후 첫 안타를 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외국인 타자가 된 겁니다.
이 볼넷은 로하스의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 19번째 타석에서 나왔습니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저스틴 보어(33)가 18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치지 못했던 게 구단 기록이었습니다.
로하스는 8회말에도 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연속 타석 무안타 기록을 20타석으로 늘렸습니다.
로하스는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비자를 받지 못해 지난달 4일이 되어서야 일본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는 3월 26일에 막을 올렸으니까 이미 시즌을 돌입한 상태에서 뒤늦게 팀에 합류한 셈입니다.
그래서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던 측면이 있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른 시일 내에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면 '한국 MVP도 일본에서는 안 통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게다가 이날은 한신과 요미우리가 역대 2000번째로 맞대결을 벌이는 날이라 로하스의 부진에 주목한 이들이 더욱 많았습니다.
언론에서 흔히 '덴토오노 잇센'(傳統の一戰·전통의 일전)'이라고 부르는 두 팀 맞대결은 일본 프로야구 최고 라이벌전으로 손꼽힙니다.
한신은 이날 요미우리에 3-5로 역전패하면서 전통의 일전 상대 전적에서 835승 71무 1094패(승률 .433)를 기록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