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3연패를 차지한 아론 실라지(오른쪽). 도쿄=로이터 뉴스1 

펜싱은 공격 가능 부위와 공격 인정 조건이 다른 에페, 플뢰레, 사브르로 나눠 경기를 치릅니다.

 

그런 이유로 각 선수는 에페, 플뢰레, 사브르 가운데 하나를 '전공'으로 골라 대회에 출전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은 법.

 

이 세 종목에서 모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도 있습니다.

 

펜싱 전설 네도 나디. 이탈리아펜싱협회 홈페이지

주인공은 이탈리아 펜싱 전설 네도 나디(1894~1940).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사브르 금메달리스트였던 나디는 1920년 안트베르펜 대회 때 플뢰레와 사브르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따냈고 에페에서는 단체전 금메달 차지했습니다.

 

올림픽에서 5관왕을 차지한 건 나디가 처음이었고 1972년 뮌헨 대회 때 마크 스피츠(71)가 7관왕을 차지하기 전까지 52년 간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 획득 기록이었습니다.

 

나디가 당시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놓친 건 이 종목에는 아예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20 안트베르펀 올림픽에 나란히 출전한 알도-네도 나디 형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나디는 1920년 올림픽에 동생 알도 나디(1899~1965)와 함께 출전했는데 알도 역시 에페 개인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역사상 펜싱 최고 고수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던 아버지는 "에페는 절제가 없는 무기"라면서 이들에게 에페를 가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버지 철학에 따라 나디 형제는 에페 개인전에서 나서지 않았던 겁니다.

 

1920 안트베르펀 올림픽 이탈리아 펜싱 대표 선수단. 왼쪽 두 번째가 알도 그 옆이 네도 나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사브르에서 형에 이어 은메달을 딴 동생 나디 역시 세 종목 단체전에 모두 출전하면서 형과 함께 에페, 플뢰레, 사브르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차지한 선수로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에페, 플뢰레, 사브르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건 이 나디 형제뿐입니다. 심지어 나디 형제를 이 업적을 같은 대회에서 이뤄냈습니다.

 

같은 해에 펜싱 2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선수는 11명이고, 횟수로 따지면 13번입니다. 이런 일을 두 번 기록한 선수가 2명 있는 것.

 

▌같은 올림픽에서 펜싱 2개 종목 금메달 딴 선수
 이름  국적  연도  에페  플뢰레  사브르
 개인  단체  개인  단체  개인  단체
 라몬 폰스트  쿠바  1904  ✓    ✓  ✓    
 마누엘 디아스  쿠바  1904        ✓  ✓  
 디노 우르바니  이탈리아  1920    ✓        ✓
 아베라르도 올리비에  이탈리아  1920    ✓    ✓    
 오레스트 풀리티  이탈리아  1920        ✓    ✓
 토마소 콘스탄티도  이탈리아  1920    ✓    ✓    
 로제 듀크레  프랑스  1924    ✓  ✓  ✓    
 뤼시앵 고댕  프랑스  1924    ✓    ✓    
 오레스트 풀리티  이탈리아  1924        ✓    ✓
 뤼시앵 고댕  프랑스  1928  ✓    ✓      
 장 피오트  프랑스  1932    ✓    ✓    
 필립 카티오  프랑스  1932    ✓    ✓    
 에도아르도 만자로티  이탈리아  1956  ✓    ✓      

 

이 중 4명은 나디 형제가 금메달을 딴 1920년 대회 때 단체전에 함께 출전한 이탈리아 대표 선수였습니다.

 

단, 1956년 멜버른 대회에도아르도 만자로티(1919~2012·이탈리아) 이후로 65년째 누구도 이런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요즘 지면에 쓰고 있는 올데이(올림픽 데이터 이야기) 아이디어로 준비했던 내용인데 '어른들 사정으로' 지면에서 빠지게 돼 블로그에 남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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