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도쿄 올림픽 금메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7년 반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올림픽 금메달은 사실 '도금'입니다.

첫 번째 근대 올림픽이었던 1896년 아테네 대회 때는 1위 선수에게 은메달, 2위 선수에게 동메달을 줬고 1900년 파리 대회 때는 메달이 없었습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1908년 런던, 1912년 스톡홀름 대회 때는 금메달이 진짜 금이었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축구 남자 군메달을 깨물고 있는 손흥민. 동아일보DB

금은 무른 금속이라 이로 깨물면 자국이 남습니다. 고대부터 어떤 금속이 금인지 아닌지 확인할 때 일단 깨물어 본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1904~1912년 올림픽 참가 선수는 메달을 깨무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금메달은 사실 금이 아니지만 전통은 계속 남아 메달을 깨무는 모습이 금메달리스트 기본 촬영 포즈로 남게 된 겁니다.

 

도쿄 올림픽 금메달 기본 스펙.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 홈페이지

현재는 IOC 규정에 따라 올림픽 금메달은 금이 최소 6g 이상 들어 있어야 하고 은 비율이 최소 92.5% 이상이어야 합니다.

2020 도쿄(東京) 올림픽 때 선수들이 받는 금메달 무게는 556g입니다. 이 가운데 6g(1.1%)이 금이고 나머지 550g(98.9%)은 은입니다.

휴대전화 등 폐가전제품을 활용해 만든 도쿄 올림픽 메달 역시 IOC에서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겁니다.

 

도쿄 올림픽 메달 케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7월 31일 현재 금 6g을 사려면 46만6400 원이 필요합니다.

같은 날 기준으로 은 550g은 58만9600 원입니다.

그러니까 금메달 하나는 약 105만6000 원 정도 하는 셈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금속 무게만 따졌을 때 그렇다는 뜻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안산. 도쿄=사진공동취재단

각국 정부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라 실제로 버는 돈은 더 많습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6300만 원, 은메달리스트에게 3500만 원, 동메달리스트에게 2500만 원을 포상금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단체전 참가 선수에게는 메달 색에 따라 이 금액 75%를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양궁 대표 안산(20·광주여대)은 개인전 금메달 6300만 원에 혼성전과 개인전에서 각 4725만 원을 받아 총 1억5750만 원을 받게 됩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3개를 모두 들어 보이고 있는 안산. 대한양궁협회 제공

올림픽 메달에는 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급하는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 포인트가 걸려 있습니다.

금메달은 90점, 은메달은 70점, 동메달은 40점입니다.

여기에 다관왕이 되면 가산점이 붙습니다. 서로 다른 대회에서 메달을 여러 개 따면 50%, 같은 대회에서 메달을 여러 개 따면 20%를 가산합니다.

안산은 첫 번째로 금메달을 딴 혼성전에서는 연금 포인트 90점만 받지만 단체전과 개인전에서는 여기에 20%(18점)을 더해 108점을 받습니다.

이러면 이번 대회를 통해 안산은 연금 포인트 306점을 받게 됩니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돈(4억 원)을 일시금으로 받아간 진종오. 동아일보DB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해당 국제대회가 끝난 다음달부터 그 선수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달 연금을 지급합니다.

단, 한 달에 받는 돈이 100만 원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월 100만 원을 받으려면 연금 포인트 110점 또는 올림픽 금메달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를 초과하는 점수는 일시장려금(10점당 150만 원)으로 받습니다.

안산은 196점이 남게 되는데 6점은 '버림' 대상이라 9500만 원(= 19 × 500만 원)을 한번에 받을 수 있습니다.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하이딜린 디아스. 도쿄=AP 뉴시스 

물론 한국에만 이런 제도가 있는 건 아닙니다.

도쿄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은 메달 포상금으로 △금 500만 엔(약 5645만 원) △은 200만 엔(약 2258만 원) △동 100만 엔(약 1129만 원)을 책정한 상태입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선수 역시 메달 색깔에 따라 △금 3만7500만 달러(약 4485만 원) △은 2만2500 달러(약 2691만 원) △동 1만5000 달러(약 1794만 원)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나라는 비교적 올림픽 메달이 흔하기 때문에 포상금도 적은 편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10개 국가가 100만 달러(약 1억1960만 원)가 넘는 돈을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으로 지금합니다.

 

▌100만 달러 이상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을 지급하는 나라 (단위: 원)
 순위  나라  금  은  동
 ①  싱가포르  8억5000만  4억2500만  2억1250만
 ②  대만  8억2400만  2억8900만  2억600만
 ③  인도네시아  4억  1억6000만  8000만
 ④  방글라데시  3억5900만  1억7950만  1억12000만
 ⑤  카자흐스탄  3억  1억8000만  9000만
 ⑥  말레이시아  2억8300만  8500만  2900만
 ⑦  이탈리아  2억5300만  1억2650만  8400만
 ⑧  필리핀  2억3000만  1억1500만  4600만
 ⑨  헝가리  1억9900만  1억4100만  1억1200만
 ⑩  코소보  1억4100만  8400만  5600만

금메달뿐 아니라 올림픽 메달에는 전부 대회, 종목, 선수 이름이 들어갑니다.

 

그러면 만약 공동 메달 수상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IOC는 이럴 때를 대비해 여분을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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