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여자 3대3 농구 국가대표. 왼쪽부터 아나스타샤 로구노파, 예브게니아 프롤키나, 올가 프롤키나, 율리아 코지크. 도쿄=타스

저는 오늘 올림픽 관전 역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대표팀 아니 적확하게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대표팀을 응원했습니다.

 

아오미(靑海) 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東京) 올림픽 3대3 농구 여자부 경기에서 ROC가 우승하기를 바랐던 겁니다.

 

애석하게도 ROC는 결승전에서 미국에 15-18로 무릎을 꿇으면서 이 종목 올림픽 초대 챔피언 등극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는 중국을 21-14로 물리친 덕에 메달 획득 자체를 걱정할 일은 없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3대3 농구 여자부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대표팀. 도쿄=로이터 뉴스1

이번 3대3 농구에서 ROC를 응원한 건 예브게니아-올가 프롤키나(24) 쌍둥이 자매가 대표로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쌍둥이 아빠 한 사람으로서 이들이 생일 선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를 바랐던 겁니다.

 

네, 1997년 오늘(7월 28일)이 바로 이 두 선수 생일이었습니다.

 

이들은 24번째 생일 선물로 금메달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신 125년 올림픽 역사상 나란히 올림픽 메달을 딴 14번째 쌍둥이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영국 체조 대표팀 제니퍼-제시카 가디로파 쌍둥이. 팀 GB(영국 국가대표팀) 홈페이지

13번째 올림픽 쌍둥이 메달리스트는 바로 전날 나왔습니다.

 

체조 여자 단체전에서 영국이 3위를 차지하면서 제니퍼-제시카 가디로파(17) 쌍둥이도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들은 아제르바이잔 출신인 부모님을 두고 있으며 태어난 곳은 아제르바이잔도 영국도 아닌 아일랜드 더블린입니다.

 

쌍둥이 두 딸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했던 부모님이 체조 학원을 찾으면서 이들은 체조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러시아 리듬체조 국가대표 아리나(왼쪽)-디나 아베리나 쌍둥이. 바쿠(아제르바이잔)=교도(共同)

이번 올림픽에는 이들 이외에 리듬체조에 출전하는 디나-아리나 아베리나(23) 쌍둥이 자매도 강력한 메달 후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만약 아베리나 쌍둥이도 메달을 따게 된다면 이번 도쿄 대회는 여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리스트 쌍둥이 세 쌍을 배출하게 됩니다.

 

단, 겨울 올림픽에서는 2014년 소치 대회 때 이미 쌍둥이 세 쌍이 메달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두 쌍은 스위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소속이었습니다.

 

▌올림픽에서 나란히 메달 딴 쌍둥이
 이름  국적  종목  올림픽
 빌헬름-에리크 칼베르크  스웨덴  사격  1908, 1912
 베른트-외르크 란트포이트  옛 동독  조정  1976, 1980
 니콜라이-유리 피메노프  옛 소련  조정  1980
 스티브- 마레  미국  스키  1984
 파볼-페테르 호흐스초네르  슬로바키아  카누  2000, 2004, 2008
 조지나-캐럴라인 에버스스윈델  뉴질랜드  조정  2004, 2008
 마이크- 브라이언  미국  테니스  2008, 2012
 장원원(蔣文文)-장팅팅(蔣婷婷)  중국  수영  2008, 2012
 모니크-조슬린 라무르  미국  아이스하키  2010, 2014
 스테파니-줄리아 마티  스위스  아이스하키  2014
 로라-사라 벤츠  스위스  아이스하키  2014
 로날트-미얼 뮐더르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2014
 제니퍼-제시카 가디로파  영국  체조  2020
 예브게니아-올가 프롤키나  ROC  농구  2020

 

네, 그러니까 쌍둥이는 전부 같은 종목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그냥 타고 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올 만큼 운동을 잘하기는 쉽지 않을 터.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노력이 뛰따랐을 겁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보면 특정 종목을 잘하는 유전자는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리듬체조 경기 때도 또 ROC 대표를 응원하게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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