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도류(二刀流)'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7·LA 에인절스)는 이번 시즌 완전히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모드입니다.
그리고 4일(이하 현지시간) 또 한번 만화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야수와 투수로 동시에 올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1933년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시작 이후 2019년까지 올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총 1867명.
지난해(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올스타전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이 중 그 누구도 투타 양쪽에서 모두 올스타로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야수·투수 동시 올스타 선정은 MLB 역사상 오타니가 처음입니다.
이 기록이 더욱 의미가 있는 건 야수와 투수는 올스타 선발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를 대표하는 올스타 선수는 '기본적으로' 각 32명(야수 20명, 투수 12명)입니다.
먼저 팬 투표로 17명(NL 8명, AL 9명)을 뽑습니다. AL이 NL보다 한 명이 더 많은 건 지명타자 때문입니다.
오타니는 팬 투표 결과 AL 지명타자 부문에서 1위(득표율 63%)를 차지해 이미 올스타전 선발 출전 자격을 갖춘 상태였습니다.
이어서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참가하는 선수단 투표로 각 리그별 투수 8명(선발 5명, 구원 3명)을 뽑습니다.
오타니는 이 투표에서 총 121표를 얻어 AL 선발 투수 가운데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선수 | 이름 | 득표 |
게릿 콜 | 뉴욕 양키스 | 272 |
랜스 린 | 시카고 화이트삭스 | 199 |
카를로스 로돈 | 시카고 화이트삭스 | 192 |
셰인 비버 | 클리블랜드 | 189 |
오타니 쇼헤이 | LA 에인절스 | 121 |
선수단은 포지션별 야수 후보 선수도 뽑습니다. 이번에도 NL은 16명이지만 AL은 지명타자 1명을 더해 17명을 선발합니다.
이러면 NL은 8명, AL은 7명이 남습니다. 이 자리는 사무국 몫입니다. 사무국은 모든 구단에서 최소 1명씩 올스타 선수가 나오도록 배분해 나머지 자리를 채워 넣습니다.
아, 올해는 오타니가 야수와 투수로 동시에 들어가는 바람에 AL 투수 쪽에 한 명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AL에서도 31명이 아니라 32명이 올스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게 되니까요.
물론 항상 이런 방식으로 올스타전 출전 선수를 정했던 건 아닙니다.
시카고 세계 박람회를 맞아 코미스키파크에서 열린 첫 번째 올스타전(1933년) 때는 투수를 포함한 9개 포지션 선발 선수를 전부 팬 투표로 뽑았습니다. 이듬해(1934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내고 있던 베이브 루스(1895~1948)는 이 두 차례 올스타전에서 모두 AL 선발 우익수로 뽑혔습니다.
그러니까 루스가 투수로도 이름을 떨치던 1914~1919년에는 올스타전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루스가 올스타전에 출전했을 때는 현재와 선발 방식이 달랐습니다.
이런 이유로 루스는 투수와 타자로 모두 올스타가 될 수 없었던 겁니다.
세월이 흘러 제91회를 맞이하는 올해 올스타전은 13일 콜로라도 안방 구장 쿠어스필드에서 열립니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홈런 더비를 진행합니다.
MLB 전체 홈런 1위(31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오타니는 홈런 더비에도 참가합니다.
아시아 타자가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하는 건 2005년 최희섭(42·당시 LA 다저스) 이후 오타니가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