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7·LA 에인절스)가 '니도류(二刀流)'도 아니고 '산도류(三刀流)'를 선보였습니다.
같은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는 물론 야수로도 그라운드를 밟은 겁니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11일(이하 현지시간) 휴스턴 방문 경기에 오타니를 선발 투수 겸 2번 타자로 기용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올해 다섯 번째로 보게 된 '투타겸업' 모드입니다.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2루수 앞 땅볼로 이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선두타자로 나선 4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오타니는 0-1로 끌려가던 7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다음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30)가 볼넷을 얻으면서 오타니는 2루를 밟았지만 결국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점수를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이때까지도 오타니는 여전히 에인절스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 휴스턴이 앞서 가고 있던 1점을 내준 투수가 바로 오타니였던 것.
시즌 다섯 번째로 선발 등판한 오타니는 5회말 선두 타자 카일 터커()에게 선제 1점 홈런을 내줬습니다.
'투수' 오타니는 이날 7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면서 이 홈런으로 딱 1점만 내줬습니다.
그러나 팀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기록지에 패전투수로 이름을 남겨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오타니로서는 다행스럽게도 8회초 공격 때 테일러 워드(28)가 동점 홈런을 때려내면서 패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1-1 동점 상황에서 8회말 수비를 시작하기 전 매든 감독은 오타니를 마운드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아예 경기에서 빼는 대신 우익수로 수비 포지션을 바꿨습니다.
'타자' 오타니는 경기에 남겨두려는 포석이었습니다.
문제는 8회말 수비 때 에인절스가 총 4점을 내주면서 1-5로 끌려가게 됐다는 것.
오타니는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지만 결국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이날 출전을 끝냈습니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타자, 투수, 야수로 모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신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시절에는 2013년 6월 18일 히로시마(廣島) 방문 경기, 같은 해 8월 18일 안방 소프트뱅크전에서 삼도류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히로시마에서는 투수로 나왔다고 우익수로 변신했고, 안방 삿포로돔에서는 우익수로 나왔다가 투수가 됐습니다.
오타니 이전에는 마이클 로렌젠(29·신시내티)이 2019년 9월 4일 안방 경기 때 이런 기록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오나티는 이날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로렌젠은 이 경기 승리 투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