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트랜스젠더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로럴 허버드. 골드코스트=로이터 뉴스1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43)가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쓰게 됐습니다.

 

뉴질랜드올림픽위원회는 21일 여자 87㎏ 이상급에 출전하게 될 허버드를 포함해 도쿄(東京) 올림픽 역도 대표 선수 5명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허버드가 제일 큰 주목을 받은 건 트랜스젠더(성전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전환 선수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올림픽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2015년 규정을 손질했습니다.

 

여자부 출전을 희망하는 선수는 먼저 본인이 여자 선수라는 선언을 한 뒤 4년 동안 이를 번복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첫 국제대회 출전 이전 최소 12개월 동안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면) 혈중 농도를 10nmol/ℓ(혈액 1ℓ당 1억 분의 1mol) 이하로 유지해야 합니다. 

 

남자 105㎏ 이상급 선수에서 여자 87㎏ 이상급 선수가 된 로렐 허버드. 골드코스트=로이터 뉴스1

2013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허버드는 20017년부터 이 기준을 충족해 뉴질랜드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허버드는 원래 '개빈'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던 (지금은 사라진) 105㎏ 이상급 남자 선수였습니다.

 

남자 선수 시절 남긴 개인 최고 기록은 합계 300㎏(인상 135㎏·용상 175㎏).

 

이는 1998년 당시 뉴질랜드 국내 최고 기록이었지만 세계 최고 기록이 437㎏인 체급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민망한 성적이었습니다.

 

2017 국제역도연맹(IWF)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는 로렐 허버드. 오클랜드(뉴질랜드)=AP 뉴시스

여자부로 옮긴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허버드는 2017년 12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국제역도연맹(IW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인상 124㎏, 용상 151㎏을 들어 합계 275㎏으로 은메달을 땄습니다.

 

뉴질랜드 선수가 IWF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건 남녀를 통틀어 허버드가 처음이었습니다.

 

2019년 같은 대회 때는 6위로 순위가 밀려났지만 합계 기록은 285㎏(인상 131㎏·용상 154㎏)까지 올랐습니다.

 

도쿄 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부여하는 대회에서 이보다 많은 무게를 들어올린 선수는 여섯 명밖에 없습니다.

 

이러면 당연히 '공정성 논란'이 일게 마련.

 

같은 체급 선수 아나 반벨렝헨(27·벨기에)은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즈' 인터뷰에서 "전문적으로 역도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특별한 상황이 불공평하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허버드도 비판 의견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나를 응원하고 계신 뉴질랜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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