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쿠팡 플레이'에서 2020 도쿄(東京) 올림픽을 중계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데 제 코인 전부를 겁니다.

 

매일경제는 "도쿄 올림픽 온라인 중계권을 놓고 네이버, 카카오, 쿠팡이 경합을 벌이 끝에 쿠팡이 단독 중계권을 확보했다"고 20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은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채널인 쿠팡 플레이를 통해 도쿄 올림픽을 중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매일경제는 쿠팡에서 온라인 단독 중계권 확보에 500억 원 정도를 베팅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마존'을 자처하는 회사에서 이렇게 통 크게 베팅했는데 저는 왜 쿠팡에서 올림픽 중계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쿠팡이 결국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전가의 보도에 무릎을 꿇을 확률이 99.9%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쿠팡 플레이를 보려면 매달 2900원을 내고 '로켓배송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거든요.

 

이를 빌미로 쿠팡 플레이에서 도쿄 올림픽을 중계하는 건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반드시 나올 겁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무엇인가?

컴북스닷컴 홈페이지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 경기 대회나 그 밖의 주요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에 따라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는 곳은 '방송사업자'입니다.

 

도쿄 올림픽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에서 중계하기 때문에 이미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올림픽 경기를 온라인으로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건 보편적 시청권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스포츠 팬들 머릿속에 '보편적 시청권 = 언제 어디서든 무료 시청'이기 때문에 분명 딴지를 거는 이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단독 중계권'이라는 표현 역시 '보편적 시청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쿠팡에서 결국 슬그머니 중계권 협상에서 발을 빼게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돈 안 되는 올림픽 중계

우여곡절 끝에 2021년에 열리게 된 2020 도쿄 올림픽. 도쿄=AP 뉴시스

원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이번 도쿄 올림픽 중계권 계약을 맺은 회사는 SBS였습니다.

 

SBS는 2011년 IOC와 협상을 진행해 2018년 겨울 대회 때부터 2024년 여름 대회 때까지 한국 내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했습니다.

 

KBS와 MBC는 SBS에서 이 권리를 사들여 중계를 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갈수록 올림픽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광고 수입도 줄어 들게 됩니다.

 

광고 업계에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지상파 3사 광고 수익을 약 24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2년 런던 대회 때 547억 원과 비교하면 41.8%밖에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지상파 3사가 리우 대회 중계권료로 지불한 돈이 440억 원이었으니까 광고 수익만 따지면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한 셈이 됩니다.

 

그러니 쿠팡에서 온라인 중계권료로 500억 원을 '입금'하겠다고 하면 지상파 3사로서는 마다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갈수록 외면 당하는 올림픽

안 이달고 파리 시장,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에릭 가르세티 로스앤젤레스(LA) 시장. 동아일보DB

물론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IOC는 2017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31차 총회 때 2024년 여름 대회는 파리, 2028년 여름 대회는 로스앤젤레스(LA)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올림픽 개최 도시 두 곳을 한꺼번에 결정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왜 때문이었을까요?

 

2024년 여름 대회 때는 파리와 LA를 비롯해 로마(이탈리아) 부다페스트(헝가리) 함부르크(독일)가 유치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흰 코끼리'를 우려한 지역 사회 반발에 로마, 부다페스트, 함부르크는 유치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IOC는 LA와 파리 가운데 한 쪽 손을 들어주는 대신 '순서'만 정하면서 두 도시 손을 모두 들어주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습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11개, 2008년 베이징(北京) 대회 때도 10개 도시가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이제는 올림픽을 보는 시선이 변해도 정말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The Show Must Go On

2016 리우 올림픽은 전 세계에서 300억 시간 동안 시청한 TV 프로그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그렇다고 갑자기 올림픽 역사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전히 올림픽을 원하는 이들이 세상에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도쿄 올림픽을 강행해야만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러면 계속해 웃돈을 주도라도 올림픽 중계권을 사겠다는 사람도 나올 겁니다.

 

실제로 종합편성채널 JTBC는 지상파 3사가 IOC에 제안했던 것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2026~2032 올림픽 중계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쿠팡 플레이에서 이번 올림픽을 중계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데 제 코인 전부를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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