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선발 투수로 맞대결을 벌인 동생 키움 김정인(왼쪽)과 형 SSG 김정빈. SSG 제공

김정빈(27·SSG)-정인(25·키움)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선발 투수 맞대결을 벌인 형제가 됐습니다.

 

SSG와 키움은 9일 인천 문학구장(SSG랜더스필드)에서 연속경기(더블헤더)를 치렀습니다.

 

전날 이미 1차전 선발로 요키시(32·키움)와 정수민(31·SSG)을 낙점한 양 팀 감독은 1차전 시작 전 두 형제를 2차전 선발 투수로 내세운다고 발표했습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차전 선발 투수 발표 후 "사실 형제 맞대결이라는 건 의식하지 못했다"면서 "갑자기 더블헤더가 잡히는 바람에 로테이션을 조정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 김정빈(왼쪽)-정인 형제. SSG 제공

두 형제는 이 맞대결을 의식한 게 당연한 일.

 

형 김정빈은 경기를 앞두고 "설렘반 긴장반"면서 "정인이는 동생이지만 야구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 최소한 무승부는 하고 싶다"며 웃었습니다.

 

동생 김정인은 "어렸을 때 (프로 무대에서) 맞대결하자고 농담을 했는데 실제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신기하다"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버이날 다음날인 이날은 두 선수 아버지 김재성 씨가 환갑을 맞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형 김정빈은 "평소에 아버지를 나를, 어머니는 동생을 더 응원하시긴 한다"면서 "오늘도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동생 김정인(왼쪽)은 오른손 투수, 형 김정빈은 왼손 투수. SSG 제공

형이 (그리고 아마도 부모님도) 기대했던 것처럼 결과는 무승부였습니다

 

두 형제 모두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단, 굳이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한다면 형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 김정빈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반면 동생 김정인은 3이닝 3실점을 기록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키움은 이 3실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3-4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1차전에서도 4-1 승리를 기록한 SSG는 2010년 9월 22일 잠실 두산전 이후 10년 7개월 17일 만에 처음으로 더블헤더를 싹쓸이했습니다.

 

어린 시절 김정인(왼쪽)-정빈 형제. SSG 제공

2년 터울로 광주에서 태어난 두 형제는 나란히 화정초 - 무등중 - 화순고를 거친 뒤 프로야구 선수가 됐습니다.

 

물론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도 2년 차이였습니다.

 

형이 먼저 2013년 드래프트 때 전체 28번으로 SK(현 SSG)에서 지명을 받은 뒤 동생이 2015년 전체 69번으로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1군 데뷔도 2년 차이였지만 이번에는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동생 김정인은 입단 첫 해였던 2015년 9월 11일 마산 NC전을 통해 1군 무대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형 김정빈은 입단 5년차였던 2017년 7월 12일이 되어서야 안방에서 LG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나란히 KT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세진(왼쪽), 박세웅 형제. KT 제공

사실 선발 맞대결뿐 아니라 형제가 나란히 상대팀 마운드를 지키고 있던 것도 이날 이 두 선수가 처음입니다.

 

대신 2016년 4월 27일 수원 경기 때 형 박세웅(26)이 롯데 선발, 동생 박세진(24)이 KT 구원 투수로 나선 적은 있습니다.

 

이날 박세웅은 5와 3분의 2이닝을 던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박세진은 8회에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에 서로를 상대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박세웅은 지난해 9월 13일 문학 SK전에서 최정(34)-최항(27) 형제에게 나란히 홈런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프로야구 형제 선수 관련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은 지난해 쓴 이 포스트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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