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가장 유명한 숫자 가운데 하나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16일 메이저리그(MLB) 공식 온라인 매체 MLB.com에 따르면 MLB 사무국은 올해도 독립리그인 애틀랜틱 리그에서 규칙 변경 실험을 이어갑니다.
MLB 사무국은 2019년부터 3년간 애틀랜틱 리그 무대를 통해 다양한 규칙 실험을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단,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애틀랜틱 리그가 일정을 취소하면서 조용히 넘어 갔습니다.
올해 실험 규칙 가운데 제일 눈에 띄는 건 1893년부터 변하지 않은 투구 거리를 60피트 6인치(18.44m)에서 61피트 6인치(18.75m)로 1피트(30.48㎝) 늘리는 겁니다.
애틀랜틱 리그는 2019년에도 투구 거리를 늘리기로 했었지만 실제로는 이 실험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후반기부터 투구 거리를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MLB 사무국에서 투구 거리를 늘리기로 한 건 물론 '투고타저(投高打低)' 억제책입니다.
MLB 평균 속구 구속은 해마다 빨라지고 빨라지고 또 빨라지는 추세입니다.
팬그래프스에서 투구 추척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2002년 속구 평균 시속은 143.2㎞였습니다.
이로부터 19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149.8㎞로 6.6㎞ 또는 4.6%가 늘었습니다.
MLB 사무국은 투구 거리가 1피트 늘어나면 타자들 체감 속도는 2012년 수준인 시속 147.4㎞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속구 속도가 올라가면서 MLB는 안타보다 삼진이 더 많은 리그가 됐습니다.
MLB 역사상 줄곧 삼진보다 안타가 많았지만 2018년 삼진 8.84개, 안타 8.44개로 역전한 뒤 지난해까지는 3년 동안에는 삼진이 더 많았습니다.
안타보다 삼진이 더 많은 게 문제일까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삼진은 공이 움직이지 않는 플레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이 움직이지 않을수록 야구는 지루한 경기가 됩니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에서는 홈런, 삼진, 볼넷을 한 데 묶어 TTO(Three True Outcomes)라고 부릅니다.
타자와 투수(+포수) 사이에서 승부가 끝나는 세 가지 플레이 = 공이 움직이지 않는 플레이라는 뜻입니다.
2002년과 비교하면 MLB에서 TTO는 22.9%가 늘었습니다.
MLB 사무국으로는 당연히 이 비율을 줄이려고 할 테고 그 방법이 투구 거리를 늘리는 겁니다.
사실 투구 거리를 마지막으로 바꾼 게 128년 전이라 더 멀리서 공을 던지게 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단, 128년 전에 투구 거리를 50피트(15.24m)에서 현재 거리로 10피트 6인치 늘렸을 때 리그 타격이 올라간 건 사실입니다.
물론 이번 실험은 1피트 차이라 기대만큼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애틀랜틱 리그 후반기 일정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실험에는 '더블 후크'(Double-Hook) 제도를 실시하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더블 후크는 선발 투수를 내린 팀은 더 이상 지명타자를 쓸 수 없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선발 투수가 내려가고 나면 지명타자 타석 투수가 들어가거나 아니면 대타를 써야 합니다.
결국 각 팀에 '선발 야구'를 하라고 요구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MLB 사무국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인 경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