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보스턴의 희망에서 보스턴의 부담이 된 앤드루 베닌텐디.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메이저리그 보스턴이 결국 '베니' 앤드루 베닌텐디(27)를 포기했습니다.

 

보스턴은 베닌텐디를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한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1년 전 이날은 보스턴이 무키 베츠(29)를 로스앤젤레스(LA)로 트레이드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단, 두 선수를 트레이드한 이유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베닌텐디가 못 쳐도 너무 못 치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4경기 출전에 그친 앤드루 베닌텐디. 보스턴=로이터 뉴스1

메이저리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난 시즌 개막을 미루고미뤘습니다.

 

팀당 60경기만 치른 지난 시즌 베닌텐디는 부상으로 1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나마 .103/.314/.128을 치는 데 그쳤습니다.

 

이게 꼭 시즌 개막을 미루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탓이라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2019년에도 9월 이후 .141/.243/.219를 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지독해도 너무 지독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보스턴 산하 AA 팀 포틀랜드 시절 앤드루 베닌텐디. 포틀랜드 프레스 헤럴드 홈페이지

베닌텐디는 보스턴이 2015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7순위로 뽑은 선수입니다.

 

베닌텐디는 아칸소대 2학년이던 그해 미국 최고 야구 유망주가 받는 '골든 스파이크스 어워드'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였습니다.

 

이듬해(2016년) 산하 마이너리그 AA 팀 포틀랜드에서 .295/.357/.515를 기록하자 보스턴은 8월 2일 그를 메이저리그로 불러 올립니다.

 

베닌텐디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34경기 118타석에서 .295/.359/.476을 기록하면서 자신이 왜 최고 유망주 소리를 들었는지 멋지게 증명합니다.

 

풀 타임 첫 해였던 2017년에는 .271/.352/.424에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까지 성공하면서 아메리칸리그(AL) 신인상 투표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8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더 캐치'에 성공하는 앤드루 베닌텐디. 유튜브 화면 캡처

2018년에는 .290/.366/.465를 기록하면서 팀이 양대 리그 최다인 108승을 기록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포스트시즌 때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ALCS) 4차전 때는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휴스턴 1번 타자 알렉스 브레그먼(27)이 때린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면서 팀 승리를 냈습니다.

 

이어 월드시리즈 2차전 5회초에도 다저스 1번 타자 브라이언 도저(34)가 때린 2루타성 타구를 잡아내면서 팀이 결국 메이저리그 정상을 차지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요컨대 베닌텐디는 원래 공격이면 공격, 주루면 주루, 수비면 수비 못하는 게 없던 선수였던 겁니다.

 

그런데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뒷걸음질만 치고 있으니 계속 안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2018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2루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앤드루 베닌텐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이번 트레이드는 보스턴, 캔자스시티 그리고 뉴욕 메츠까지 끼어 있는 3각 형태입니다.

 

일단 보스턴은 베닌텐디와 현금 280만 달러를 캔자스시티로 보냅니다.

 

대신 캔자스시티에서 프랜치 코데로(27·외야수)와 추후 지명 선수(a player to be named later) 두 명을 받습니다.

 

이와 함께 조시 빈코브스키(23·오른손 투수)와 추가 지명 선수 한 명이 메츠에서 보스턴으로 건너옵니다.

 

캔자스시티는 메츠에 칼릴 리(23·외야수)를 보내 이 트레이드 균형을 맞춥니다.

 

헛스윙하는 앤드루 베닌텐디. 클리블랜드=아이콘스포츠와이어

보스턴에서 캔자스시티에 현금을 보낸 건 물론 연봉 보조 때문.

 

보스턴은 9일 베닌텐디와 총액 1000만 달러(약 199억 원)에 2년 계약을 맺으면서 이번 트레이를 준비했습니다.

 

베닌텐디는 올해 660만 달러, 내년에 340만 달러를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캔자스시티는 일단 380만 달러에 베닌텐디를 1년 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썩어도 준치라는 데 설마 캔자스시티에서도 계속 이렇게 못 치지야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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