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 시즌은 넥센을 한화하고 비교하면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뛸 넥센 팬들이 많으실 터. 그런데 도루를 보면 비교할 만합니다. 5월까지 넥센 도루성공률은 58.9%로 한화(57.8%)에 이어 뒤에서 2위입니다. 31일 경기에서도 도루 하나 없이 도루 실패 3개만 쌓았습니다.

넥센은 팀 장타력 1위(.413)를 바탕으로 OPS(출루율+장타력)에서 두산에 0.001 뒤진 2위(.777) 팀입니다. 3할이 넘는 득점권 타율(.307)을 바탕으로 팀 득점(5.51점)도 1위. 이런 상황이면 사실 굳이 뛸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든 주자를 불러들일 힘이 있는데 그 주자를 죽이고 마는 셈이니까요.

보통 도루성공률에 대해 '4번 중 3번을 성공해야 이득'이라고 말합니다. 이 확률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건 10년 전 미국 메이저리그 자료에서 나왔습니다.

2003년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무사 1루에서 평균 0.9116점을 냈습니다. 도루에 성공하면 1.1811점으로 0.2695점을 얻습니다. 반대로 실패해 주자 없는 1사가 되면 0.2783점으로 0.6333점이 줄어듭니다. 실패했을 때 손실을 감수하려면 성공이 2.3배 많아야 하고 이걸 확률로 나타내면 70%가 나옵니다. 이렇게 모든 상황을 따져 보면 75%가 마지노선이 되는 거죠.

우리 리그 타자들은 어떨까요? 2010~2012년 기준으로 무사 1루 0.843점, 도루 성공 1.176점, 도루 실패 0.261점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64%만 성공해도 이득입니다. 넥센은 이 이상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기준 미달이니까요. 넥센은 뛰면 뛸수록 득점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겁니다.

 주자상황  0아웃  1아웃  2아웃
 0-0-0  0.497  0.261  0.082
 1-0-0  0.843  0.495  0.186
 0-2-0  1.176  0.714  0.326
 0-0-3  1.426  1.015  0.374
 1-2-0  1.555  0.916  0.420
 1-0-3  1.811  1.215  0.444
 0-2-3  2.011  1.464  0.642
 1-2-3  2.294  1.653  0.788

31일 경기에서 딱 한 장면면 봐도 그렇습니다. 2-1로 앞서고 있던 4회초. 강정호가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도루를 하다 죽었습니다. 곧바로 이성열이 홈런을 날렸지만 한 점을 얻는데 그쳤죠. 가만히 있었으면 두 점이 나는 상황이 도루 때문에 반토막 난 겁니다. 전 타석에서 2루타를 친 좌타자를 못 믿으면 누구를 믿습니까.

물론 넥센은 지난해 가장 빠른 팀이었고, 그 빠른 팀을 만든 인물이 당시 주루 코치셨던 염경엽 감독님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정말 도루 운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서 돌파구가 필요한 것도 아닌 상황. 오히려 도루가 팀 분위기를 가라앉힐지 모릅니다.

염 감독님, 잘 해오셨잖아요. 타자들 방망이가 얼음장처럼 식지만 않는다면 도루는 좀 자제해 주세요. 어차피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는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웃 카운트를 낭비하는 모습 조금만 줄여주시면 아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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