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워싱턴 레드스킨스 로고. 구단 홈페이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워싱턴 레드스킨스(Redskins)가 팀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워싱턴 구단은 팀 이름과 로고를 모두 바꾸겠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니얼 스나이더(56) 구단주와 론 리베라(58) 감독이 긴밀히 협조해 새 팀 이름과 로고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에서는 5월 25일 조지 플로이드 씨 피살 사건 이후 인종차별 철폐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 영향으로 프로 스포츠 구단을 향해서도 '인종차별적인 뜻을 담고 있는 팀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 상황.


미국에서는 18세기 중반부터 사람들 피부색을 하양(white) 빨강(red) 검정(black)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풍토가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아메리카 원주민에 해당하는 색이 바로 빨강이었습니다. 


레드스킨스가 인종차별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된 이유입니다.


미식축구 공을 던지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위키피디아 공용

  

레드스킨스는 사실 이번 바람이 불기 전에도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2013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마저 '내가 워싱턴 구단주라면 팀 명칭 변경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에도 또 한 번 팀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스나이더 구단주는 역사와 전통을 이유로 대통령 요청까지 거부했습니다.


원래 이 팀은 1932년 보스턴 브레이브스(Braves)라는 이름으로 창단했습니다.


브레이브스 역시 용맹한 원주민 전사라는 뜻입니다.


보스턴 레드스킨스 경기 장면. 보스턴 공공 도서관 홈페이지


이듬해 레드스킨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원주민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은 얼굴을 붉은 색으로 칠하고 경기에 나섰고 코칭 스태프도 깃털로 장식한 채 경기를 지휘했습니다.


셰리 스미스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역사학자에 따르면 1930년대는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던 시기였습니다.


조지 프레스턴 마셜(1896~1969) 당시 레드스킨스 구단주가 이런 분위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던 겁니다.


그 뒤로 87년 동안 이 이름을 유지했으니 스나이더 구단주가 역사와 전통을 강조한 게 허튼소리는 아닙니다.


이 팀이 연고지를 워싱턴으로 옮긴 게 1937년이니까 이때부터 따져도 83년입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 안방 구장 페덱스 필드. 구단 홈페이지


이렇게 완강하던 스나이더 구단주가 고집을 꺾게 된 건 역시 '돈' 때문입니다.


2억5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내고 팀 안방 구장 명명권을 산 페덱스를 비롯해 나이키 아마존 월마트 펩시콜라 등 굵직한 기업이 이 팀을 후원합니다.


이들은 "팀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스폰서 계약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말로만 요구한 게 아닙니다. 아마존은 자사 쇼핑몰에서 레드스킨스 관련 제품을 팔지 않기로 했고, 나이키는 아마존을 비롯해 월마트와 타겟 같은 유통 업체에 레드스킨스 제품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다니엘 스나이더 워싱턴 레드스킨스 구단주. 뉴욕=로이트 뉴스1


그러자 "팀 이름을 바꿀 일은 절대 없다"던 결국 스나이더 구단주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9년 팀 주인이 된 스나이더 구단주는 현재 워싱턴 외곽인 메릴랜드주 랜드로바에 있는 안방 구장을 시내로 옮길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팀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구장 이전을 허락할 수 없다'는 방침.


그러니 이번 기회(?)에 팀 이름을 바꾸는 게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보스턴 브레이브스 시절 베이브 루스. 보스턴 공공 도서관 홈페이지


이 팀이 창단한 1932년 보스턴에는 브레이브스가 한 팀 더 있었습니다.


이 브레이브스는 내셔널리그 소속 야구 팀이었습니다.


이 팀은 1952년까지 보스턴에 머물다가 밀워키(1953~1965년)을 거쳐 1966년부터 현재까지 애틀랜타를 연고 도시로 삼고 있습니다.


브레이브스 역시 팀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를 받고 있지만 후원사까지 움직이지는 않아서 아직까지는 팀 명칭을 바꿀 계획이 없는 상태입니다.


반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Indians)는 팀 이름 변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NFL에서는 캔자스시티 치프스(Chiefs) 역시 아메리카 원주민과 관계가 있는 이름이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팀 시카고 블랙호크스(Blackhawks)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급 학교에도 아메리카 원주민 관련 이름을 쓰는 팀이 2000개가 넘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전국 회의(NCAI)는 레드스킨스 발표가 나온 뒤 "원주민을 향한 학대와 경멸의 역사를 멈추라. 우리는 마스코트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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