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3년 9월 5일 강광회 심판 1500번째 경기를 앞두고 기념 촬영 중인 가족. NC 제공 


2018년 6월 30일 프로야구 수원 경기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5회말 수비 도중 NC 중견수 김성욱(27)이 외야 담장과 충돌하면서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김성욱 대신 수비에 경기에 들어갔던 강진성(27)이 6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SPOTV 중계진도 김성욱 부상 상태를 전하느라 놓쳤지만 이 경기 구심은 강광(52) 심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들이 타석에 서고 아버지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맡게 된 겁니다.


결과는 4구 만에 루킹 삼진이었습니다.


마지막 공은 바깥 쪽으로 살짝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삼진을 선언했습니다. 



프로야구에서 구심 아버지, 타자 아들이 만난 건 2003년 5월 31일 광주 더블헤더 2차전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2003년에는 김호인(66) 심판이 아버지였고 LG 김용우(41)가 아들이었습니다.


이날 첫 타석에서는 하프스윙 때 아버지가 방망이가 돌아갔다고 판정하면서 삼진으로 끝이 났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에서는 아들이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두 번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났습니다.


둘 사이가 영 불편해 보였는지 당시 LG 지휘봉을 잡고 있던 이광환 감독은 "아버지가 구심으로 나서는 날에는 아들을 선발로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데뷔 8년 만에 '포텐'을 터뜨리고 있는 NC 강진성. 동아일보DB


그러면 강씨 부자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날 이후로도 두 부자는 9타석에서 구심과 선수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총 10타석에서 강진성은 10타수 5안타(2루타 3개)를 기록했습니다.


타석과 타수가 같다는 건 볼넷이 없었다는 뜻. 삼진도 위에서 보신 첫 타석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진성이 3일 현재 .444/.500/.762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이 부자를 보는 시선도 바뀌었습니다.


프로야구 세계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인터넷 매체 OSEN은 2일 "'강진성 父' 강광회 심판 NC 경기 배정, 새로운 기준 필요하다 [오!쎈 이슈]"는 기사를 통해 이렇게 우려했습니다.


강광회 심판위원이 아들 강진성이 뛰는 NC 경기에 배정된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광회 심판위원은 올 시즌 개막 후 5차례 NC 경기에 배정됐고, 이 가운데 주심으로 나선 적도 있었다. 


강광회 심판위원은 지난해까지 2187경기에 출장하는 등 KBO(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회의 대표적인 베테랑이다. 연말 각종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강광회 심판위원이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하더라도 NC 경기 심판으로 나서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온다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고, NC와 상대하는 팀으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투수 출신 A 해설위원은 "강광회 심판이 아무리 공정하게 본다고 하더라도 강광회 심판위원이 속한 조가 NC 경기에 배정될 경우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강진성의 소속 구단인 NC도 강광회 심판 심판조 편성이 부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직업선택 자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빚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가 빚어진 일도 없었다. 반대로 아들을 의식해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역차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KBO 차원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막고 공정성 확대를 위해서라도 이와 관련해 적절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OSEN에서 이렇게 압력을 가할 때는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얼른 움직여야 화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로고. 동아일보DB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최근 심판위원회와 논의해 관련 내규를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와 부자관계인 심판은 선수가 속한 경기에서 구심을 볼 수 없도록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다만 비디오 판독 등을 통해 객관적인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선심은 계속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 포스트시즌 경기 때는 '아버지 심판'은 선심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되면 강광회 심판은 아예 심판진에서 빠지는 겁니다.

사실 굳이 언론에서 지적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만들어야 할 규정이기도 했습니다.

전일수(52) 심판도 아들 전진우(24)도 아직 1군 출전 경험은 없지만 SK 현역 선수입니다. 

강광회 심판. 동아일보DB


강광회 심판은 태평양과 쌍방울에서 외야수로 뛴 프로야구 선수 출신입니다.


그래서 강광회 심판과 강진성은 부자 프로야구 선수이기도 합니다.


김호인-김용우 부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이 김씨 부자가 나란히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활약한 첫 번째 케이스입니다.


참고로 △아버지가 1군 경기 출전 경험이 있고 △아들도 1군 출전 경험이 있거나 현역 선수인 사례는 총 26부자입니다.


▌프로야구 부자 선수
 아버지  아들
 이름  팀  포지션  이름  팀  포지션
 강광회  쌍방울  외야수  강진성  NC  외야수
 김민호  두산  내야수  김성훈  한화  투수
 김바위  태평양  내야수  김진곤  KT  외야수
 김상국  빙그레  포수  김동엽  삼성  외야수
 김인식  MBC  내야수  김준  SK  투수
 김종석  롯데  투수  김대유  LG  투수
 김호인  삼미  외야수  김용우  LG  내야수
 노장진  삼성  투수  노학준  NC  외야수
 박철우  해태  외야수  박세혁  두산  포수
 송진우  한화  투수  송우현  키움  외야수
 신경현  한화  포수  신지후  한화  투수
 신경호  해태  외야수  신범수  KIA  포수
 안경현  두산  내야수  안준  두산  내야수
 양승관  태평양  외야수  양원혁  LG  내야수
 유두열  롯데  외야수  유재신  KIA  외야수
 유승안  빙그레  포수  유원상  KT  투수
 유민상  KIA  외야수
 이순철  해태  외야수  이성곤  삼성  외야수
 이종범  KIA  외야수  이정후  키움  외야수
 임주택  한화  외야수  임지열  키움  외야수
 장광호  현대  포수  장승현  두산  포수
 전상렬  두산  외야수  전형근  두산  투수
 전일수  LG  투수  전진우  SK  내야수
 정인교  롯데  포수  정의윤  SK  외야수
 정회열  해태  포수  정해영  KIA  투수
 황대연  한화  내야수  황인준  KIA  투수


아들 이름이 옅은 색인 사례는 은퇴 또는 사망(김성훈)한 사례입니다.


아버지와 은퇴한 선수는 가장 오래 뛴 팀 현역 선수 아들은 현재 소속팀 기준입니다.


포지션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분류를 따랐습니다.


그래서 2016년 '프로야구 부자(父子) 선수 누구 누구?' 포스트를 쓸 때는 포수였던 강진성이 외야수로 바뀌었습니다.


아, 올해부터 KIA 지휘봉을 잡은 윌리엄스(55) 감독은 조손(祖孫) 메이저리거 출신입니다.


1922~1924년 브루클린(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워싱턴(현 미네소타)에서 뛰었던 버트 그리피스(1896~1973)가 윌리엄스 감독 외할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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