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한화 간판 타자 김태균. 대전=뉴스1


김태균(38)이라는 이름을 다섯 글자로 늘리면 '한화 이글스'가 됩니다.


이대호(38)라는 이름을 여섯 글자로 늘리면 '롯데 자이언츠'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한화가 '매일져리그'에서 벗어나려면 김태균이 살아나야 합니다.


7일 경기까지 김태균은 .156/.255/.178밖에 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통산 OPS(출루율+장타력) .947(역대 9위)을 기록한 선수에게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성적입니다.


심지어 오른 게 이 정도입니다.


개막 이후 지난달 19일까지는 .103/.235/.138로 OPS .373이 전부였습니다.


프로야구 한화 간판 타자 김태균. 동아일보DB


이 다음날 한용덕 전 감독은 김태균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진은 큰 부담감 탓이라고 볼 수 있다. 풀어야 할 숙제다. 떨쳐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한화는 5승 8패(승률 .385)로 무려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승패 마진 -3 상태였으니까 김태균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돌아오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김태균이 1군에서 빠졌던 지난달 20일~2일 사이 12경기에서 한화가 2승 10패(승률 .167)를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습니다.


(멘털이 약하기로 유명한) 김태균이 오히려 부담을 안고 1군에 복귀해야 했던 겁니다.


프로야구 한화 간판 타자 김태균. 한화 제공


결국 김태균은 복귀 후 다섯 경기에서도 타율 .250/.294/.250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타율과 장타력이 같다는 건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뜻.


김태균은 이 기간 16타수 4안타를 쳤는데 그나마 6일 한 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쳤을 뿐입니다.


이 경기 전까지 5경기에서 안타를 12개밖에 맞지 않았던 NC 구창모(23)를 상대로 안타를 세 개나 친 건 분명 고무적인 일.


그러나 7일 경기 때는 또 2타수 무안타(1볼넷)에 그쳤습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되는 타자라면 사실 성적이 떨어져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상황은 좀 심합니다.


특히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라이벌로 평가 받았던 동갑내기 이대호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김태균 vs 이대호(8일 현재)
 이름  타율  출루율  장타력  OPS
 김태균  .156  .255  .178  .433
 이대호  .327  .415  .481  .896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태균은 1년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긴장감을 주고,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다"는 이유였습니다.


김태균은 2001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00을 넘지 못하는 장타력(.395)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타율에는 자신이 있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서 장타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허튼 다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김태균이 이대로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김태균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부활을 알리게 될까요?


그리고 그날 한화는 어떤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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