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토니 클라크 메이저리그 선수 노동조합 위원장. 동아일보DB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선수 노동조합에서 먼저 '레이즈'를 외쳤습니다.


31일(이하 현지시간)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사무국(=구단주 측)에 팀당 114경기 일정으로 이번 시즌을 치르자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연봉은 3월 26일에 약속했던 만큼 받아야겠다는 게 선수 노조 주장입니다.


3월 26일은 원래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을 미루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 숫자에 비례해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선수 노조에 약속했습니다.


원래 메이저리그 한 시즌은 162경기니까 114경기를 치르면 원래 연봉 가운데 70.4%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수 노조는 "6월 30일 시즌을 개막하면 10월 31일까지 114경기를 소화하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숫자를 지킬 수만 있다면 더블헤더가 늘어도 좋다"고 밝혔습니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동아일보DB


이에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선수 노조에 시즌 개막안을 제안했습니다.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주말에 개막해 팀당 82경기를 소화하는 내용입니다. 


사무국은 이 개막안을 전달하면서 돈을 많이 받기로 한 선수는 연봉을 더 많이 깎고 적게 받기로 한 선수는 조금 더 깎는 방식으로 '고통분담'을 해달라고 선수 노조에 요구했습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올해 3500만 달러를 받을 예정이던 선수는 연봉이 77.6% 깎여 784만 달러만 챙길 수 있게 됩니다.


이에 선수 노조는 이 연봉 삭감안이 지나치다며 사무국과 갈등을 빚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무국에서 선수 노조가 꺼낸 새 카드를 받을까요?



그럴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단 사무국 그러니까 구단주 사이에서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손해가 커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고합니다.


그런 이유로 사무국 제안보다 32경기 많은 일정을 받아들이는 일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선수 노조는 추가 재난수당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시즌 개막을 맞지 못하게 되자 선지급 개념으로 5월 24일까지 총 1억7000만 달러를 선수들에게 나눠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제 날짜가 지났으니 이런 돈을 1억 달러 더 풀라는 게 선수 노조 요구 사항입니다.


돈과 별개로 '경기를 뛰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를 뛰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한 선수가 있다면 현역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더라도 서비스 타임을 인정해 달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선수 노조가 계속 '더 달라'고만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만약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해 올해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게 되면 전체 연봉 중 1억 달러는 내년과 2022년에 나눠 받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이 분할 지급은 올해 연봉 1000만 달러 이상인 선수가 대상입니다.


또 TV 시청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마이크를 찬 채로 경기에 나서고 경기장 밖에서도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선수 노조는 매출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올스타전이나 홈런 더비에도 기꺼이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ESPN은 "선수 노조에서도 사무국이 이 카드를 받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추가 협상으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제안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네, 예상대로 사무국에서는 선수 노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번 시즌 일정을 팀당 50경기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선수에게 원래 연봉 가운데 30.9%만 지급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선수 노조 쪽에서 50%를 기준으로 +20%포인트를 제안하자 구단주 쪽에서는 -20%포인트로 받아친 셈입니다.


반면 역시 리그 재개를 추진 중인 미국프로농구(NBA)나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는 이런 잡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두 리그에는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 제도가 있기 때문.


심지어 두 리그 노사 단체협약에는 불가항력적으로 경기 숫자가를 줄여야 할 때 연봉을 어떻게 지급해야 하는지도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NBA 선수들은 이미 지난달 15일부터 급여를 25% 적게 받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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