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보스턴이 스프링캠프 때 안방으로 쓰는 제트블루 파크. 포트마이어스=로이터 뉴스1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절반은 애리조나, 나머지 절반은 플로리다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합니다.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팀끼리 맞붙는 시범경기를 '캑터스 리그'라고 부르고 플로리다는 '그레이프프루트 리그'라고 부릅니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이 두 리그 우승팀끼리 맞붙는 시리즈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는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구분이 사라지는 겁니다.
USA투데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정규 시즌 전체 일정을 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사실 나흘 전에는 애리조나에서만 전체 일정을 소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플로리다까지 영역을 넓힌 겁니다.
'애리조나 무관중 격리 리그'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말씀드린 것처럼 캑터스 리그 경기를 치르는 10개 구장은 애리조나 안방 구장 '체이스 필드' 반경 50마일(약 80㎞)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반면 그레이프프루트 리그는 플로리다 반도 양 쪽으로 220마일(약 350㎞) 정도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캑터스 리그(왼쪽)와 그레이프프루트 리그 구장 위치
그래서 플로리다까지 영역을 넓히면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대신 구장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애리조나에서만 경기를 치르면 체이스 필드를 포함해 구장 11곳에서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플로리다까지 포함하면 트로피카나 필드(탬파베이), 말린스 파크(마이애미)를 포함해 15개 구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 애리조나에서만 경기를 치르면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리던 팀은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만 플로리다까지 영역을 넓히면 이런 문제는 많이 옅어집니다.
주로 원래 연고지가 미국 동부에 있는 팀은 역시 동부에 있는 플로리다, 서부에 있는 팀은 애리조나에 캠프를 꾸린다는 것도 TV 중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본토에서만 △동부 표준시(EST) △중부 표준시(CST) △산악 표준시(MST) △태평양 표준시(PST) 등 4개 시간대를 쓰는 나라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 팀'이 시간대가 다른 지역으로 방문 경기를 떠나면 애매한 시간에 경기를 지켜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반면 리그를 이렇게 나누면 대서양 연안에 있는 팀이 대륙을 가로 질러 태평양까지 방문 경기를 떠나는 일은 사라지게 됩니다.
대서양 팀 보스턴에서 태평양 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된 무키 베츠. 피닉스=로이터 뉴스1
정말 이 방식으로 시즌을 치르게 되면 일단 각 팀은 스프링캠프로 돌아가 3주간 연습 및 시범경기를 펼친 뒤 정규리그 일정에 돌입하게 됩니다.
현재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각 세 개 지구로 나눠 일정을 치르는 것처럼 그레이프푸르트 리그와 캑터스 리그도 스프링캠프용 안방 구장 위치를 기준으로 5개 팀씩 지구를 꾸리게 됩니다.
리그 | 지구 | 팀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
그레이프 프루트 |
북부 | 뉴욕 양키스, 디트로이트, 토론토,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
동부 | 뉴욕 메츠, 마이애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휴스턴 | |
남부 | 미네소타, 보스턴, 볼티모어, 애틀랜타, 탬파베이 | |
캑터스 | 북서부 | 밀워키, 샌디에고, 시애틀, 캔자스시티, 텍사스 |
서부 | 시카고 화이트삭스, 신시내티, 클리블랜드, LA 다저스, LA 에인절스 | |
북동부 |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컵스, 애리조나, 오클랜드, 콜로라도 |
물론 현재 지구 구분이 그런 것처럼 이 구분도 스프링캠프 안방 구장 위치와 아주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가 스프링캠프 때 쓰는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은 피닉스를 기준으로 남동쪽에 있지만 현재는 서부 지구 팀과 묶여 있습니다.
캑터스 리그 구장 위치
물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리조나는 구장이 서로 붙어 있어 이동이 곤란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레이프 푸르트리그에서는 피츠버그 구장(레컴 파크)과 볼티모어 구장(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이 12마일(약 19㎞)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지구는 북부와 남부로 갈렸습니다.
그레이프프루트 리그 구장 위치
애리조나 무관중 격리 리그처럼 이번 아이디어 역시 아직은 그냥 구상 단계입니다.
그러니 이 방안을 또 뒤집는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떻게든 시즌이 개막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많은 이들이 '짱구'를 굴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0 메이저리그는 어떤 생김새일지 갈수록 궁금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