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리옹=AP 뉴시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남자 대표팀과 비교할 때 정말 차별 대우를 받은 걸까요?
지금까지 여자 대표팀은 '그렇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미국축구협회가 동일임금법과 민권법을 위반했다"면서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도 생각이 같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이 법원 게리 클로스너(74) 판사는 "여자 대표팀이 법정에서 차별 대우에 대해 다툴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1일(이하 현지시간) 이들이 낸 '부분 약식명령 청구'(motion for partial summary judgment)를 각하했습니다.
미국에서 부분 약식명령 청구는 본 재판이 열리기 전에 법원에서 법률 쟁점에 대해 미리 판단하는 절차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여자 대표팀에서는 '우리는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증거가 없으니 재판을 열 필요가 없도가 결론을 내린 겁니다.
동일 임금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팬.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클로스너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여자 대표팀에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2015~2019년 사이 여자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보다 누적으로 따졌을 때나 경기당 평균으로 따졌을 때나 더 많을 돈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협회에서 재판부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이 기간 여자 대표팀에 경기당 평균 22만747 달러씩 총 2450만 달러를 지급한 반면 남자 팀에는 통 1850만 달러(경기당 평균 21만2639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여자 대표팀에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려면 이 자료가 틀렸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여자 대표팀은 "우리가 성적이 더 좋았으니 더 많이 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클로러스 판사는 그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클로스너 판사는 또 "협회는 여자 대표팀과 단체협약(CBA)을 맺는 과정에서 동일 임금안을 제시했지만 여자 팀에서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썼습니다.
여자 대표팀에서 '남자 대표팀보다 우리를 더 대우해달라'며 단체 행동에 나선 적이 있기 때문에 협회에서 동일임금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단, 클로스너 판사는 "비행기 좌석이나 호텔 숙박 등급, 의료 지원 등에 있어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6월 16일부터 심리(審理)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여자 대표팀 미드필드 메건 러피노. 동아일보DB
여자 대표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몰리 레빈슨 레빈슨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판결에 대해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레빈슨 CEO는 계속해 "그러나 우리는 결국 재판에서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포츠에 몸담고 있는 그 누구도 성별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계속 앞장 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러면 재판이 내년으로 밀릴 확률이 높습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차지한 미국 여자 대표팀 미드필더 메건 러피노(35) 역시 트위터를 통해 "평등을 향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We will never stop fighting for EQUALITY.
— Megan Rapinoe (@mPinoe) May 2, 2020
미국축구협회는 "앞으로도 여자 대표팀과 함께 여자 축구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여자 대표팀이 경기장 안팎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 여자 대표팀과 미국축구협회가 맺고 있는 CBA는 사실 남자 대표팀과 (거의) 똑같은 수준입니다.
이번 소송은 과거에 차별이 있었으니 이를 시정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미국 여자 대표팀으로서는 이번 판결로 눈앞에 있던 승리가 사라진 상황.
앞으로는 어떤 판결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