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 정상을 차지한 스테피노 치치파스. 런던=신화 뉴시스
스테파노 치치파스(21·그리스)는 2016년 연습 파트너 자격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가 열린 영국 런던 O₂ 아레나에 도착했습니다. 그가 맡은 임무는 도미니크 팀(26·오스트리아)이 리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서브를 넣어주는 것.
그때는 두 선수 모두 몰랐을 겁니다. 3년 후 결승전에서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연습 파트너였던 무명 선수가 시즌 왕중왕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말입니다.
치치파스는 17일(현지시간) 역시 O₂ 아레나에서 열린 2019 ATP 파이널스 단식 결승에서 팀을 상대로 2시간 35분 동안 경기를 벌여 2-1(6-7, 6-2, 7-6) 역전승을 거두고 올 시즌 마지막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치치파스는 2001년 스무 살에 이 대회 정상을 차지했 레이튼 휴잇(38·호주·은퇴) 이후 가장 어린 ATP 파이널스 챔피언이 됐습니다. 이 대회 49년 역사상 그리스 국적 선수가 챔피언이 된 건 치치파스가 처음입니다.
치치파스는 경기 후 "나를 응원하러 팬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다. 그 덕에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리스 국기를 들고 응원해 주신 한 분 한 분께 감사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치치파스는 올해 호주 오픈 16강에서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를 3-1로 물리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선수. 치치파스는 전날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도 페더러를 2-0으로 또 한 번 꺾었습니다.
2019 ATP 파이널스 준우승자 도미니크 팀. 런던=AP 뉴시스
반면 팀은 조별 리그에서 페더러는 물론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2위)까지 물리쳤지만 결승에서 치치파스에게 덜미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팀은 "오늘 내 110%를 쏟아 부었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면서 "치치파스는 챔피언 자격이 충분하다. 다음에 또 이렇게 좋은 경기를 벌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ATP 파이널스는 해마다 시즌 마지막 대회로 열리며 랭킹 1~8위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곧바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하는 다른 대회와 달리 ATP 파이널스는 선수 네 명씩 두 조(골드·레드 그룹)로 나눠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조별 1, 2위를 가립니다. 그다음 각조 1위가 다른 조 2위와 준결승전을 치르며 여기서 이긴 두 선수가 결승에서 맞붙게 됩니다.
올해 대회에서 치치파스가 우승하면서 ATP 파이널스는 4년 연속으로 이 대회 첫 우승자를 배출했습니다. 지난해 챔피언은 알렉산더 즈베레프(22·독일·7위)였고 2017년에는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8·불가리아·20위), 2016년에는 앤디 머리(32·영국·125위)가 각각 이 대회 첫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ATP 파이널스에서는 1988~1991년에도 4년 연속 새 얼굴이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1988년 보리스 베커(52·독일) △1989년 스테판 에드버리(53·스웨덴) △1990년 앤드리 애거시(49) △1991년 피트 샘프러스(48·이상 미국)가 각각 ATP 파이널스 첫 우승을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