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당시 김진웅. 동아일보DB
'코트의 좀비' 김진웅(29·수원시청)이 세계 소프트테니스(옛 정구)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김진웅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타이저우(台州)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소프트테니스연맹(ISTF) 20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니우주다(19·중국)에 4-0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진웅은 4년 전 인도 뉴델리 대회 때도 같은 종목 챔피언이었습니다.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식을 도입한 뒤 2연패에 성공한 건 남녀를 통틀어 김진웅이 처음입니다.
1995년 '짱칼' 장한섭(51·현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부단장)이 초대 남자 단식 챔피언을 차지한 뒤 한국은 7번 연속으로 이 종목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김진웅은 "선배 중에 당연히 2연패를 하신 분이 계실 줄 알았다"고 놀라면서 "몸 관리를 잘해서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 2연패, 세계선수권 3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19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일본소프트테니스연맹 홈페이지
사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때만 해도 김진웅은 군 입대 예정이었습니다. 영장을 받은 상태로 대표팀 소집 훈련에 임했던 것.
심지어 김진웅은 아시안게임 전에 입대해야 했지만 "대표팀 '에이스'가 대회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소프트테니스계가 한목소리를 낸 덕에 두 차례 입영을 미루고 팔렘방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병무청으로서는 한탄스럽게도(?) 김진웅은 남자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스스로 입대 영장을 찢어 버렸습니다. 금메달을 딴 게 지난해 8월 29일이고 입대 예정일은 그다음 달 18일이었습니다. 입대 20일을 앞두고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따낸 것.
상무나 경찰청 등에는 소프트테니스 팀이 없기 때문에 이 종목 선수는 일반 병으로 복무해야 합니다. 그랬다면 김진웅은 세계선수권 2연패는 물론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