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홈페이지 캡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차기 수탁업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스포츠토토는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관리는 체육공단, 직업 운영은 민간(수탁업체)에서 맡고 있는 관(官)에서 등쳐먹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투표권을 발매하고 환급금을 교부하는 시스템을 운영 및 유지보수하는 회사가 바로 수탁업체입니다. 스포츠토토 지난해 매출이 4조7000억 원 정도 되니까 이 자리를 서로 맡고 싶어 하겠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우여곡절 끝에 이 자리를 차지한 회사는 ㈜케이토토이며 체육공단은 21~23일 입찰을 통해 내년(2020년) 7월부터 5년 동안 이 자리를 맡게 될 회사를 선정하게 됩니다.
구분 | 사업자 | 기간 | 위탁 수수료(평균) |
1기 | 한국타이거풀스 | 2001, 2002년 | 19.5% |
2기 | 오리온(스포츠토토㈜) | 2003년~2015년 6월 | 10.13% |
3기 | ㈜케이토토 | 2015년 7월~2020년 6월 | 1.38% |
문제는 체육공단에서 이달 11일 입찰 공고를 내면서 국내에 지점이 600곳 이상 있는 은행과 자금대행사 협약을 맺은 회사만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봤다는 겁니다. 직전 입찰인 2014년에는 없던 조건입니다. 이전에는 숫자에 규모에 관계없이 자금대행사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규정을 추가한 이유를 묻자 체육공단 관계자는 "스포츠토토 당첨자는 대부분 은행에서 당첨금을 찾아간다. 지점이 많은 은행이라야 스포츠토토 이용자들이 당첨금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 지점 600곳이 넘는 은행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총 여섯 곳입니다. 이 중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세 곳이 자금대행사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체육공단은 '사업운영 부문 자금관리 계획'을 평가하면서 은행 지점수를 100개 단위로 끊어서 6~10점을 준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지점 1138개를 보유한 NH농협은행은 10점 만점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은행(869개)은 8점, 현재 자금대행사인 IBK기업은행(641개)은 6점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 입찰을 준비 중인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로또 수탁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2점 차이로 1, 2등이 갈린 적이 있다. 4점 차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이 컨소시엄은 다른 업체와 함께 '입찰 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이들은 '체육공단에서 NH농협은행과 계약하기로 한 특정 업체를 밀어주고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번 수탁업체 선정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이런 의심을 품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6년 5월 공개된 '물품 및 장비 구매·개발 등 실태점검'에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발행사업 수탁사업자 선정업무'를 감사하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입찰공고에 포함되지 않았던 조건을 추가하는 등으로 1순위 업체와 계약체결이 지연돼 약 654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부당하게 계약업무를 지연처리한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련자들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으며, 지도·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문화체육관광부 관련자들에게도 주의 요구했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국정농단 당시 언론에 오르내렸던 'K스포츠재단'에 스포츠토토 사업을 맡기려고 시도했고, 이에 실패하자 문체부에 스포츠토토 사업을 체육공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이 내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저기 눈 먼 돈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체육공단 근처를 기웃거린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체육공단이야 말로 스포츠토토 '공영화'를 가장 학수고대하고 있는 집단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