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우드 킵초게(35·케냐)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2시간 안(서브 2)에 주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킵초게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놀이공원 '프라터'에서 열린 '이네오스(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2초에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42.195㎞를 뛰면서 100m를 17초에 뛰는 속도를 유지한 겁니다.
HISTORY! pic.twitter.com/qjLfofhL5s
— Eliud Kipchoge (@EliudKipchoge) 2019년 10월 12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킵초게는 경주를 마친 뒤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걸 알려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대회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번 경주는 영국 석유화학기업 이네오스에서 2시간 안에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걸 목표로 만든 이벤트 행사입니다. 킵초게는 경기 시작 전 1시간59분50초가 목표라고 말했는데 이보다 기록을 10초 가까이 앞당겼습니다.
목표가 분명한 이벤트 행사였기 때문에 거리는 정확하게 지켰지만 나머지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 정한 마라톤 규칙과는 어긋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나저나 마라톤은 왜 42.195㎞를 뛸까요? 설마 아직도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거리가 42.195㎞라 그렇다고 알고 계시는 건 아니죠? 정답은 1908년 런던 올림픽 귀빈석 위치 때문입니다.
킵초게는 이날 오전 8시 15분 페이스메이커 일곱 명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이 중 다섯 명은 킵초게 앞에서 V자를 그리며 달렸고 두 명은 좌우로 나뉘어 뒤를 따랐습니다.
'이네오스 1:59 챌린지' 코스를 달리고 있는 킵초게와 페이스 메이커. 비엔나=로이터 뉴스1
4㎞마다 페이스메이커가 바뀌었으며 9조만 마지막 5.195㎞를 뛰었습니다.
또 킵초게 앞에서 달리는 차도 레이저를 쏘면서 페이스 메이킹을 도왔습니다.
'이네오스 1:59 챌린지' 도중 레이저로 속도 조절을 도운 선도 차량. 비엔나=AP 뉴시스
음료수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자전거를 탄 보조 요원이 이들 곁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코스도 뛰기 편하게 짰습니다. 라이히스브뤼케(Reichsbrücke)에서 출발한 뒤 프라터스테인역(Praterstern) 로터리에서 공원 쪽으로 접어 들어 계속 직선 코스를 뛰다가 루스트 하우스(Lusthaus) 앞 로터리를 반환점으로 다시 직선 코스를 뛰는 코스였습니다. 이 직선 코스를 4.4번 완복하면 결승점이었습니다.
'이네오스 1:59' 챌린지 코스
"마라톤 코스를 2시간 안에 뛰는 건 인류가 달에 첫 걸음을 내딛는 것과 같다"고 말한 뒤 경주를 시작한 킵초게는 경기 후 "많은 이들 도움 속에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우리는 함께 달리면서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네오스 1:59 챌린지' 결승선을 통과하는 킵초게와 환호하는 페이스메이커 9조. 비엔나=로이터 뉴스1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계 최고 기록(2시간1분39초)을 세운 킵초게는 2017년 5월 6일 이탈리아 몬차에 있는 포뮬러원(F1) 코스에서 서브 2를 목표로 '브레이킹2'라는 경주에 나섰지만 2시간 25초로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나이키가 이벤트 후원사였습니다. 물론 이날도 나이키 신발을 신고 뛰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행사는 어디까지나 비공식 이벤트였기 때문에 마라톤 기록을 새로 쓰는 건 아닙니다. 킵초게는 "언젠가는 공식 마라톤 대회에서도 2시간 벽을 깨고 말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