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경기 장면. 동아일보DB


한국농구연맹(KBL)에서 긴급 타전한 SOS를 받아준 곳은 역시 구관(舊官)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에이클라는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MBC스포츠플러스가 KBL과 중계권 계약을 맺기 전까지 중계권 판매 대행을 했던 회사입니다. MBC스포츠플러스는 원래 계약 기간보다 두 시즌 먼저 계약을 끝내겠다는 뜻을 밝혔고 KBL은 4년 만에 다시 에이클라와 손을 잡게 됐습니다.


KBL은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에이클라와 통합 중계 방송권 조인식을 엽니다. 이 자리에서 정식 계약을 마치면 에이클라는 2019~2020 시즌부터 2023~2024 시즌까지 다섯 시즌 동안 프로농구 경기에 대한 중계권 및 뉴미디어 사업, 유무선 및 기록 판매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권리를 얻게 됩니다.


이런 계약을 맺을 때 제일 중요한 건 돈이지만 KBL과 에이클라는 이번에도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KBL은 2009~2010 시즌을 앞두고 에이클라와 첫 계약을 맺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중계권료를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당시 에이클라는 2012~2013 시즌까지 네 시즌 동안 프로농구 중계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첫 계약 때는 계약 내용을 비공개한 게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에이클라는 중계권 판매 대행 회사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KBL에 일정 금액을 주고 중계권을 사들인 다음 이를 다시 다른 방송사에 팔아 수익을 올리는 회사였던 것. 그러니 ‘원가’를 비공개하겠다는 게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었습니다.


KBL에서 마지막으로 공개한 공식 중계권료는 2005년에 IB스포츠와 계약할 때 받은 50억 원입니다.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썼던 글을 인용하면:


농구는 2005년 중계권 사업자 IB스포츠와 거래한 게 지금까지도 독(毒)이다. KBL은 2005년 IB스포츠와 50억 원에 중계권 협상을 맺었다. 그전까지 지상파 3사(KBS, MBC, SBS)에서 부담한 중계권료(34억 원)보다 16억 원 많은 금액이었다.


IB스포츠는 프로농구 중계권을 지상파 3사에 재판매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미 메이저리그 중계권료(480억 원)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3사는 생각이 달랐다. 게다가 이미 지상파 3사는 KBL에 중계권료 인하를 요구했던 상태였다. 결국 지상파에서 두 손을 들면서 이 시즌 프로농구 개막전 중계는 ‘엑스포츠’에서 맡았다.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지상파에 팔지 못한 IB스포츠가 직접 만든 채널이었다.


에이클라에서 스포츠 채널 SPOTV, SPOTV2, SPOTV+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것도 IB스포츠에서 엑스포츠를 만든 이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SPOTV는 에이클라에서 중계권 판매 대행을 맡고 있던 2015~2016 시즌까지 MBC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와 함께 프로농구 중계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왜 KBL은 에이클라와 결별하고 MBC스포츠플러스와 계약했을까요? 당연히 SPOTV보다 MBC스포츠플러스가 네임 밸류가 있는 채널이었기 때문입니다. 3년 전 MBC스포츠플러스와 계약한 뒤 KBL 관계자는 농구 전문지 '루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경기가 95% 이상 TV 중계되었음에도 ‘중계가 안 된다’, ‘비일관적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MBC스포츠플러스와 중계 계약을 하면서 안정된 중계방송 환경이 마련된다. 프로배구가 KBSN 스포츠에서 항상 중계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듯이 프로농구는 MBC스포츠플러스로 편성이 안정된다. 이럴 경우 스폰서 유치 등 마케팅 활동에서 긍정적 효과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접근법 자체는 맞았습니다. '어른들 사정'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을 뿐입니다.


MBC스포츠플러스에서 프로농구 중계를 접기로 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올해 2월 18일부터 MBC스포츠플러스2 채널이 드라마 및 오락 채널 MBC ON으로 바뀐 겁니다. 그러면서 프로농구 경기를 소화할 채널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물론 시청률이 잘 나왔다면 채널 성격을 바꾸지 않았겠죠? 2018~2019 시즌 프로농구 시청률은 평균 0.19%로 같은 시즌 남자 프로배구(1.11%)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17.1%)이었습니다.



일단 에이클라는 MBC스포츠플러스보다 많은 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떄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유리합니다. 게다가 미국프로농구(NBA)를 중계하면서 이미 농구팬과 접촉면을 늘려오고 있던 상황. 옛날에 2% 아쉬웠다고 미래에 또 그러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중계권을 팔라'는 방송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프로농구 인기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에이클라 그리고 SPOTV가 그 길에 앞장서기를 바랍니다.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한 사람으로서 프로농구가 계속 이렇게 죽어 있는 거 정말 이상하잖아요?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10월 5일 개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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