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 사진 가운데 제일 유명한 걸 꼽으라면 바로 이 사진을 선택하는 분이 제일 많을 겁니다. 이 사진은 8일(이하 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네바다대(UNLV) 캠퍼스에서 열린 보스턴-클리블랜드 경기 장면을 포착한 것. 손에 공이 있는 키 큰 보스턴 선수는 타코 폴(24)입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태어난 폴은 원래 농구보다 축구에 흥미가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네 농구 해 볼 생각 없나?'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결국 16살에 미국에 건너오게 됐습니다. 폴은 미국에 건너오기 전까지는 정식으로 농구부 생활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2년 후 대학 진학 시점이 되자 거의 40개 대학에서 그를 데려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폴은 센트럴플로리다대(UCF)를 선택했습니다.
UCF에서 4년간 115 경기에 나서 평균 10.1득점(필드공 성공률 74%), 7.7리바운드, 2.4블로킹을 기록한 폴은 올해 NBA 드래프트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드래프트 콤바인(신체검사+체력장)에서 △키(231㎝) △양팔 너비(250㎝) △손을 뻗었을 때 높이(311㎝) 모두 역대 콤바인 최고 기록을 썼습니다.
하지만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 애석하게도 그를 원하는 팀은 없었습니다. 대신 보스턴과 열흘짜리 계약을 맺으면서 이번 서머리그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폴은 서머리그 5경기에 나서 평균 7.2득점(필드골 성공률 77.3%), 4리바운드, 1.4블로킹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폴은 보스턴과 정식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스턴은 폴을 포함한 서머리그 초청 선수 4명과 투웨이(Two-way)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25일 발표했습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투웨이 계약은 상·하위리그 어디서 뛰느냐에 따라 연봉을 달리하는 계약을 뜻합니다. NBA는 NBA에서 뛰느냐 2부 리그 격인 'NBA G리그'에서 뛰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집니다.
만약 NBA 입성에 성공한다면 폴은 게오르그 뮤레산(48·루마니아), 마누트 볼(57·남수단)과 함께 NBA 역사상 최장신(231㎝) 선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1981 드래프트 때 전체 171번으로 뽑은 오카야마 아스타카(岡山恭崇·65)가 234㎝로 이들보다 3㎝ 크지만 오카야마는 결국 NBA 정식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현역 NBA 선수 가운데는 세르비아 출신 보반 마랴노비치(31·필라델피아)가 222㎝로 제일 큽니다. 마랴노비치는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에서 뛰던 지난해 10월 17일 경기에서 뒤꿈치만 들고 덩크슛을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폴은 마랴노비치(292㎝)보다 팔을 들었을 때 높이가 19㎝ 더 높기 때문에 이보다 더한 플레이가 나온다고 해도 놀라시면 안 됩니다.
The LENGTH of @tackofall99 on both ends of the floor! #NBABreakdown #NBASummer pic.twitter.com/0316MY6L1z
— NBA (@NBA) July 12, 2019
이제 폴은 NBA를 꿈꾸는 직업 농구 선수 길을 걷게 됐지만 고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컴퓨터 공학자를 꿈꿨습니다. 그는 2015년 인터뷰 때 "'르브론 제임스(35·LA 레이커스)처럼 될래? 아니면 스티브 잡스(1955~2011)처럼 될래?'하고 묻는다면 잡스를 선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건너온 지 8개월 만에 영어를 마스터한 폴은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성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