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꿈의 구장' 촬영지 소유주였던 돈 랜싱 씨가 식물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1989년 개봉한 미국 영화 '꿈의 구장'을 끌고 가는 대사는 이겁니다.
If you build it, they will come.
30년이 지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대사를 이렇게 다시 썼습니다.
If you build it, the New York Yankees and Chicago White Sox will come.
네, 정말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꿈의 구장으로 갑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두 팀이 내년 8월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에 있는 이 영화 촬영지에서 맞대결을 벌인다고 8일 발표했습니다.
Is this heaven?@Yankees-@WhiteSox, see you in Iowa on 8.13.20. pic.twitter.com/5GGbH7TWuq
— MLB (@MLB) August 8, 2019
이 동영상은 원래 주인공 레이 킨셀라(케빈 코스트너 분)가 조 잭슨(레이 리오타 분)과 대화하던 영화 장면에 잭슨 대신 애런 저지(27·뉴욕 양키스)를 등장시킨 것. 잭슨이 '여기가 천국인가?'하고 묻자 킨셀라는 '아니요. 아이오와입니다'하고 답합니다.
아이오와에는 1969년부터 현재 아이오와 컵스라고 부르는 마이너리그 AAA 팀이 존재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경기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년 8월 13일 경기가 이 주(州)에서 열리는 첫 번째 메이저리그 경기입니다.
올해 7월에 찍은 구글 스트리트뷰 사진을 보면 야구장이라는 느낌은 남아 있지만 메이저리그 경기는커녕 정식 야구 경기를 치르기에도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
그래서 실제 경기는 이 경기장 바깥에 임시로 짓는 야구장에서 열립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3일 그러니까 이 경기를 딱 1년 앞둔 날 야구장 공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경기는 공식적으로 화이트삭스 안방 경기입니다. 기본적으로 화이트삭스가 1910년 7월 1일부터 1990년 9월 30일까지 안방으로 썼던 코미스키 파크 느낌이 나도록 구장을 짓는다는 방침. 단, 원래 4만9351석이던 관중석은 8000석으로 줄입니다.
내년 8월 13일 딱 한 경기를 치르려고 짓는 '꿈의 구장' 조감도. 시카고 화이트삭스 트위터 캡처
메이저리그에서 딱 한 경기 때문에 야구장을 짓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6년 7월 3일 마미애미와 애틀랜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미 육군 부대 '포트 브래그'에서 맞대결을 벌였습니다. 당시에도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동조합이 500만 달러를 모아 1만2500석 규모로 야구장을 지었습니다.
문을 닫은 군용 골프장 페어웨이 위에 등장했다 사라진 포트 브래그 스타디움. 동아일보DB
당시 경기는 마이애미와 애틀랜트가 맞붙는 3연전 가운데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두 팀은 이틀 연속으로 당시 애틀랜타 안방 구장이었던 터너필드에서 경기를 치른 다음 포트 브래그로 장소를 옮겨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내년에는 꿈의 구장 경기가 3연전 가운데 첫 경기입니다. 두 팀은 13일에 아이오와에서 경기를 치른 다음 14일을 이동일로 보내고 15, 16일 화이트삭스 안방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계속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국 프로야구도 안방 팀이 없는 강원도 또는 제주도에서 언젠가 '서머 클래식' 경기를 열게 되는 날이 올까요? 그러면 그곳이 꿈의 구장이 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