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디즈니 영화 '루키'에서 주인공 짐 모리스(데니스 퀘이드 분)는 자신이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는 줄 모른 채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현장으로 향합니다. 전구 고장으로 자신이 던진 시속 96마일(약 154㎞)짜리 빠른 공이 속도계에는 76마일(약 122㎞)로 나타났기 때문.
그렇다면 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성시대에 자신이 정말 빠른 공을 던진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정답은 SNS에 올리는 것. 아, 조금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아니라 자기 동생이 정말 빠른 공을 던지는 장면을 올렸습니다.
빠른 공을 던진 주인공은 네이선 패터슨(23). 그는 지난달 16일(이하 현지시간) 가족들과 함께 콜로라도 안방 구장 쿠어스필드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콘코스(concourse)에 있는 투구 연습장에서 시속 96마일을 찍었습니다. 이 장면을 형 크리스티안 씨가 찍어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Guys, we were just chillin at a @rockies baseball game, and my brother decided to step into a speed pitch challenge...he hit 96 mph 😳 @MLB Let’s get him signed! pic.twitter.com/g0fKrvUxzt
— Christian Patterson (@cpatterson_7) 2019년 7월 15일
3000명 가까운 트위터 사용자가 이 트위트를 리트위트했고 결국 패터슨은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고 프로야구 선수가 됐습니다.
사실 패터슨이 시속 90마일이 넘는 공을 던지는 동영상을 SNS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지난해 8월 10일에도 마이너리그 AAA팀 내슈빌 안방 구장 퍼스트테네시파크에서 찍은 투구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Rockies I’m available. pic.twitter.com/GhaFCRvYlp
— Nathan Patterson (@npatterson_12) 2018년 8월 10일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 선수로 뛰었던 패터슨은 MLB.com 인터뷰에서 "몇 년 만에 공을 던졌는데 그렇게까지 빠르게 나올 줄 몰랐다. 그때는 별로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패터슨은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한편 '플랫그라운드(FlatGround)'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꾸준히 자기 투구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Free Agent still looking for an opportunity! First time pitching in a live game in 6 years (since junior year high school)
— Nathan Patterson (@npatterson_12) 2019년 6월 26일
2 IP
22 Pitches
4 K's/2 Groundouts/0 Walks
Fastball 91-93 T95
Slider 78-80@FlatgroundApp @PitchingNinja pic.twitter.com/kyQXHQvS0R
마침내 올 2월 오클랜드에서 '한번 보자'고 연락이 왔지만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쿠어스필드 동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고 결국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쳤습니다.
올해는 텍사스 산하로 바뀌었지만 내슈빌은 지난해까지는 오클랜드 산하 AAA 팀이었습니다. 만약 패터슨이 처음부터 콜로라도(@Rockies)가 아니라 오클랜드(@Athletics)에 멘션을 보냈다면 조금 더 빨리 계약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올 시즌 초에는 루크 해거티(38)도 이와 비슷하게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습니다. 해거티는 2002년 메이저리그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시카고 컵스가 1라운드에서 선택했던 유망주 출신이지만 팔꿈치 부상과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이 겹쳐 2008년 은퇴했습니다. 그러다 휴대용 투구 측정 장비 '랩소도'를 통해 팔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걸 확인하고 올해 초 다시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팔꿈치 수술로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