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8~2019 컬링 월드컵 당시 춘천시청. 왼쪽부터 양태이 김민지 김수진. 컬링 월드컵 홈페이지


'팀 민지' 춘천시청 컬링팀은 월드 컬링 투어 2018~2019 시즌 개막전이었던 홋카이도(北海道)은행 컬링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춘천시청은 그 전 시즌에도 준우승 팀이었으니까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다음달 1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합니다. 아니, 출전 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불참을 통보했으니까 참가하지 않는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겁니다. 춘천시청은 이 대회 조직위원회에 '팀 사정으로' 참가하기가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요? 실제 팀 운영을 맡고 있는 춘천시체육회 관계자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대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 뭐 그럴 수도 있죠. 재미있는 건 '컬스데이' 경기도청 팀도 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입니다.


경기도청 컬링팀. 왼쪽부터 김은지 엄민지 김수지 설예은 설예지. 경기도컬링연맹 제공


경기도청은 이달 11일 열린 2019~2020 한국컬링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춘천시청을 꺾고 4년 만에 국가대표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이 정도 컨디션이라면 대회가 있을 때마다 나가고 싶지 않을까요? 하지만 역시나 출전 등록 신청을 마치고 나서 '팀 사정으로'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 정도면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두 팀이 출전하지 않은 제일 큰 이유는 대회 장소가 일본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두 팀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한국에서 여자 컬링이 더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번 대회는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여는 대회가 아니라 월드 컬링 투어 대회다.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가 일본에서 열린다면 한국 선수들이 전부 불참해야 옳은 일인가"라면서 "사기업보다 지자체가 한일 관계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는 측면은 이해가 가는 구석이 있다. 그래도 아무 죄없는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남자부 서울시청과 강원도청은 예정대로 출전합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다른 팀이 불참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미 계획하고 있던 일이라 참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네, 당연히 이렇게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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