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위보다 5초 이상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양예빈(맨 앞). 대학육상연맹 제공


이 정도면 '달려라 하니' 현실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육상계 김연아'로 통하는 양예빈(15·계룡중)이 29년 만에 한국 육상 여자 중학생 400m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양예빈은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55초29로 우승했습니다. 1분00초93으로 2위를 차지한 이수영(15·가좌여중)과는 5초64 차이.



이로써 양예빈은 한국 여자 중학생 400m 기록을 0.31초 앞당기게 됐습니다. 이전 기록은 김동숙(당시 성보중)이 1990년 6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44회 육상선수권대회 겸 베이징(北京)아시아경기 파견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에서 남긴 55초60이었습니다.


55초60은 중학생이 남긴 기록이지만 올해 400m를 이보다 빨리 달린 한국 여자 선수는 55초19에 테이프를 끊은 신다혜(24·김포시청) 한 명뿐입니다. 신다혜는 6월 13일 제40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이 기록을 남겼습니다.


역대 성적을 살펴봐도 55초29는 한국 여자 400m 랭킹 11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현재 이 종목 한국신기록은 이윤경(43)이 2003년 8월 12일 제15회전국실업단대항육상경기대회에서 남긴 53초67입니다.


▌한국 육상 여자 400m 톱11(29일 현재)
 순위  이름  소속  날짜  기록
 ①  이윤경  울산시청  2003-08-12  53.67
 ②  최주영  인천남동구청  2010-08-17  54.53
 ③  박종임  서울체고  1990-08-10  54.60
 ④  우유진  경북체고  2011-04-23  54.78
 ⑤  최해남  대전서구청  2000-06-09  54.80
 ⑥  조은주  시흥시청  2012-06-20  54.92
 ⑦  이하니  제주시청  2011-06-21  55.07
 ⑧  최은주  국제상사  1987-05-16  55.08
 ⑨  신다혜  김포시청  2019-06-13  55.19
 ⑩  김동현  성균관대  2000-06-09  55.25
 ⑪  양예빈  계룡중  2019-07-29  55.29


지난해만 해도 양예빈이 400m를 달리는 데는 57초51이 필요했습니다. 1년 사이에 개인 최고 기록을 2초22 단축한 것.


양예빈은 이날 경기 후 "올해 안에만 (한국 중학생) 기록을 깨자는 생각이었는데 계획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해 기쁘다"면서 "앞으로 차근차근 기록을 경신해 나가면서 한국 기록 수립을 목표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양예빈은 이번 대회 200m, 400m, 1600m 혼성 릴레이에서 3관왕에 올랐습니다.


양예빈이 스포츠 팬들 관심을 끌게 된 건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 경기 장면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부터. 이날 현재 360번 가까이 재생한 이 동영상에서 16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선 양예빈은 50m 이상 앞서던 선수를 역전해 20m 정도 격차를 벌리면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양예빈의 제일 큰 장점은 긴 다리. 양예빈은 키는 161㎝로 큰 편은 아니지만 다리 길이가 100㎝입니다. 재미있는 건 아직 나이가 어려 근력이 완성 단계가 아니라 일부로 보폭을 좁혀서 뛴다는 점입니다. 양예빈을 지도하는 김은혜 계룡시체육회 코치는 "근력이 더 붙어 긴 다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기록이 더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예빈이 훈련에 지칠 때마다 김 코치는 "예빈아, 조금만 더 참자. 방탄소년단(BTS) 만나게 해줄게"라는 말로 기운을 북돋습니다. 이 정도면 한 번 만나줄 때도 되지 않았나요,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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