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역시 이번 미국프로농구(NBA) '에어컨 리그'는 짝패 찾기 시즌인가 봅니다.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도 '침묵의 암살자' 카와이 레너드(28·사진 왼쪽)에게 폴 조지(29) 카드로 짝을 맞춰줬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이번 NBA 챔피언결정전에서 토론토에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선물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레너드가 4년간 1억4200만 달러(약 1663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클리퍼스와 계약하기로 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케빈 듀랜트(30)와 카이리 어빙(27)이 뉴저지에서 한솥밥을 먹기로 했을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NBA는 더럽게 복잡한 아주 강력한 연봉 상한선(샐러리캡)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연차와 자격에 따라 각 FA가 계약할 수 있는 최장 기간과 최고 금액도 제한을 받습니다. 4년간 1억4200만 달러 역시 레너드가 이번 FA 시장에서 팀을 옮긴다고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고(맥시멈) 계약 조건입니다.


물론 토론토 역시 레너드에게 맥시멈 계약(이때는 5년간 1억9000만 달러)을 제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르브론 제임스(35)에 앤서니 데이비스(26)를 더하면서 레너드가 합류하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LA 레이커스도 성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 레너드가 원한 건 PG 그러니까 폴 조지였습니다.



결국 클리퍼스는 조지가 최근 두 시즌 동안 몸담은 오클라호마시티에 다닐로 갈리나리(31)와 샤이 길저스알렉산더(21) 그리고 신인 지명권 7장을 내주면서 트레이트를 성사시켰습니다. 실제 발표 순서는 레너드 계약이 먼저였고, 조지 트레이드가 나중이었습니다.


레너드는 이번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이기도 합니다. 이전까지 NBA 역사상 챔프전 MVP가 그다음 시즌 곧바로 팀을 떠난 건 딱 두 번(1993, 1998)뿐이었고, 이 두 번 모두 주인공은 마이클 조던(56)이었습니다. 조던은 두 번 모두 팀을 떠난 이유가 은퇴였으니 실제로 팀을 옮긴 건 레너드가 처음입니다.


리그 최고 공수겸장 자리를 다투는 두 선수가 한꺼번에 합류하면서 클리하면서 클리퍼스는 단번에 스테이플스 센터를 안방으로 나눠 쓰는 레이커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전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도박사들이 평가는 클리퍼스 쪽이 더 높습니다.


스포츠 도박 배당률 정보를 제공하는 라인업스닷컴에 따르면 다음 시즌 클리퍼스 우승 배당률은 머니라인으로 +290입니다.


NBA 30개 팀 가운데 현재 배당률이 제일 낮은 팀 = 도박사들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한 팀이 바로 클리퍼스입니다. 그다음이 레이커스.


참고로 지난 시즌 클리퍼스는 48승 34패(승률 .585)로 서부지구 8위에 그쳤던 팀입니다. 레이커스는 37승 45패(.451)로 성적(10위)이 더 나빴습니다. 그랬던 두 팀이 에어컨 리그를 거치면서 우승 예상 확률 1, 2위 팀으로 거듭난 겁니다.


클리퍼스가 샌디에고에서 LA로 이전한 1984년 이후 1998년까지 두 팀은 서로 다른 경기장을 안방 체육관으로 썼지만 1999년 스테이플스 센터가 문을 열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 됐습니다. (정확하게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킹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팍스까지 한 지붕 네 가족.)


같은 경기장을 쓴다는 건 라커룸도 붙어 있다는 뜻. 두 팀 라커룸은 콘크리트 바닥이 깔린 복도를 따라 21m 간격을 두고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두 팀 맞대결을 '복도 시리즈(Hallway Serie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테이플스 센터가 클리퍼스 안방에서 레이커스 안방으로 변신하는 모습. 바닥을 교체하는 데 약 90분이 걸립니다. 


클리퍼스가 LA에 자리잡은 1984~1985 시즌 이후 두 팀 맞대결에서는 레이커스가 102승 52패(.662)로 앞서 있지만 2승 2패로 동률을 이룬 올해를 포함해 최근 7시즌 동안에는 23승 5패(.821)로 클리퍼스가 우세를 점하고 있습니다. 레이커스가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한 건 2011~2012 시즌이 마지막입니다.


이 154차례 맞대결은 전부 정규리그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옛날에는 클리퍼스가 너무 못해서 아직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적은 없는 것. 올해는 플레이오프에서 복도 시리즈를 치르는 건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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