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왼쪽부터 오상욱, 하한솔, 구본길, 김준호. 국제펜싱연맹(FIE) 제공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은 2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SYMA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펜싱연맹(FIE)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전에서 안방 팀 헝가리에 45-44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펜싱 단체전은 5점씩 9라운드 경기를 치릅니다.)
펜싱 세부 종목(에페, 플레뢰, 사브르) 가운데 사브르, 특히 남자 사브르는 마지막까지 유럽이 강세를 이어오던 종목. 사브르는 '동시' 판정이 나왔을 때 심판 판단이 득점자를 결정합니다. 이 때문에 '펜싱 신흥 강국'인 한국이 손해를 본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 라이프치히, 지난해 우시(無錫) 대회에 이어 올해 대회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게 됐습니다.
단, 2017년과 지난해에는 김정환(36·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하한솔(26·성남시청) 대신 대표팀 멤버였습니다. 지난해 대회 때 개인전 정상을 차지한 김정환은 현재 '대표팀 잠정 은퇴' 상태입니다. 구본길(30·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5·화성시청), 오상욱(23·성남시청)은 3연패 내내 대표팀을 지켰습니다.
'승리 요정'은 대표팀 막내이자 에이스 오상욱이었습니다. 오상욱은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연패를 자랑하는 실라지 아론(29)을 상대로 43-44 매치 포인트까지 몰렸지만 상대 공격을 피하면서 2연속 득점으로 팀에 우승을 안겼습니다. 오상욱은 18일 개인전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데 이어 이날 우승으로 대회 2관왕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날 경기장에는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을 비롯해 관중 1만여 명이 헝가리를 응원했지만 결과는 한국 승리였습니다. 아래 동영상에서 오상욱이 헝가리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한 이유입니다.
큰 키(192㎝)에 비해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오상욱은 이미 아시아선수권,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기 때문에 내년 도쿄(東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원우영(37·은퇴), 김정환, 구본길에 이어 '펜싱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오상욱은 2019 나폴리 유니버시아드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 펜싱 사상 처음으로 이 대회 2관왕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