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구연맹이 '포켓 여제' 김가영(36·인천시체육회·사진)에게 3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6일 인천시체육회에 따르면 대한당구연맹은 전날 공문을 보내 '여자프로당구(LBPA)투어 개막전인 파나소닉 오픈에 출전한 김가영의 2019년 선수 등록을 말소한다'고 통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가영은 대한당구연맹에서 주최하는 국내 대회는 물론 전국체육대회나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해외 대회에도 3년간 참가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당구 대회에 나갔다고 당구 선수 등록을 말소한 사정을 이해하려면 용어 정리부터 필요할 듯합니다. 대한당구연맹은 어떤 단체고? LBPA투어는 또 뭘까요?
대한당구연맹(KBF)은 한국에서 당구라는 스포츠를 대표하는 경기 단체입니다. 축구에 대한축구협회가 있다면 당구에는 대한당구연맹이 있는 셈입니다.
이달 막을 올린 LBPA투어는 프로당구협회(PBA)에서 주관합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대한당구연맹은 아마추어, LBPA투어는 프로입니다. 프로당구협회는 지난달 7일 출범식을 열었으며 파나소닉 오픈이 이 협회 역사상 첫 번째 대회입니다.
사실 올해 대한당구연맹 주관 대회에도 총 상금 21억2000만 원이 걸려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 or 프로' 구분은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프로당구협회는 2019~2020시즌 6~8개 대회를 소화하면서 대회마다 2억~3억 원, 메이저 대회 때는 4억 원을 총상금으로 내건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대한당구연맹 주관 대회 상금은 총 14억 원으로 올해하고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66%)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한당구연맹에서 상금을 51.4% 늘린 건 프로당구협회 출범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상금 규모에서 밀리면 선수를 빼앗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맞불을 놓은 겁니다.
'당구 여신' 차유람(왼쪽)과 김영수 프로당구협회 총재
김영수 프로당구협회 총재는 출범식에서 "프로화를 추진하며 불거진 잡음은 모든 스포츠의 프로화 시점에서 겪는 진통이다. 당구계의 대화합과 대통합, 프로와 아마추어의 공존 공생을 위해 대한당구연맹 등 유관 기관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한당구연맹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대한당구연맹은 프로당구협회 출범에 앞서 경기인등록규정(제21조 3항)을 손질하면서 '연맹 소속 선수가 프로 대회에 나가면 3년 동안 연맹 주최 대회에 나설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대한당구연맹은 김가영뿐 아니라 총 357명에 대해 이 규정 위반으로 선수 등록을 말소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김가영은 원래 대한당구연맹 포켓볼 1위 선수였고 LBPA투어는 3쿠션 대회라는 점입니다. 김가영은 파나소닉 오픈 출전을 앞두고 "3쿠션 종목은 평소에 관심이 많았고 선수로서 활동 범위도 넓히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가영은 3일 시작한 이 투어 대회를 공동 3위로 마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가영 측에서는 "프로당구협회에 선수 등록을 한 것도 아니고 초청을 받아 출전한 것인데 선수 등록까지 말소하는 건 지나치다"면서 "이번 이벤트 참가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자주 참가했기에 (대한당구)연맹에 따로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규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선수에게 소명 기회를 줬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등록 말소를 통보해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