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세계 최강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미국은 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파르크 올랭피크 리오네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네덜란드(FIFA 랭킹 8위)를 2-0으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0-0으로 후반을 맞이한 미국은 알렉스 모건(30)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후반 16분 메건 러피노(34)가 네덜란드 골대 우중간을 향트 침착하게 차넣으면서 1-0으로 앞서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로부터 8분 뒤에는 로즈 라벨(24)이 센터서클부터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공을 몰고 가 왼발 슛을 성공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총 여덟 번 열린 여자 월드컵 가운데 네 번(1991년1999년2015년2019년) 정상에 올랐습니다. 4년 전에도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사령탑에는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질 엘리스(53) 감독이 앉아 있었습니다. 엘리스 감독은 이날 우승으로 여자 월드컵 정상에 두 번 오른 첫 번째 감독이 됐습니다.


물론 남녀 대회를 통틀어 월드컵 정상을 두 번 차지한 여성 지휘자 역시 엘리스 감독이 처음입니다. 남자 월드컵에서는 비토리오 포초(1886~1968)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1934년, 1938년 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기록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별리그 F조에 속한 미국은 태국을 13-0으로 물리치면서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남녀 월드컵을 통틀어 한 팀이 한 경기에서 13골을 넣은 건 이번 대회 미국 여자 대표팀이 처음이었습니다. 당연히 13골 차이로 승패로 갈린 것도 이 경기가 월드컵 역사상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모건은 이 경기에서 다섯 골을 넣으면서 대표팀 선배 미셸 에이커스(53)가 1991년 대회 때 기록한 한 경기 최다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에이커스는 1991년 8강에서 미국이 대만을 7-0으로 이길 때 다섯 골을 넣었습니다.


모건은 이후에도 잉글랜드와 맞붙은 준결승 때 결승골을 넣으면서 팀 동료 러피노와 함께 이 대회 최다골(6골) 주인공이 됐습니다. 단, 러피노(428분)가 모건(490분)보다 출장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대회 규정에 따라 득점왕(골든부트)는 러피노에게 돌아갔습니다.


자연스레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받는 골든볼 역시 러피노 차지가 됐습니다. 여자 월드컵에서 득점왕과 골든볼을 모두 차지한 선수가 나온 건 2011년 독일 대회사와 호마레(澤穗希·41) 이후 8년 만입니다.


결승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건 모건이었는데 러피노가 키커로 나섰으니 사실 팀에서 러피노에게 골든볼을 선물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득점왕과 골든볼을 동시에 차지한 메건 러피노. 리옹=신화 뉴시스


러피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이번 대회 기간 "성소수자들이여, 힘을 내라. 성수자들 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 어떤 팀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스포츠 뉴스 사이트 아웃스포츠에 따르면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38명이 커밍아웃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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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기 의견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는 러피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도 불편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러피노는 16강전이 끝난 뒤에는 "우승해도 백악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인터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피노는 (백악관 초청을 거부하겠다고) 말하기 전에 우승부터 해야 한다. 일단 할 일부터 다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받아쳤습니다.



사실 트럼트 대통령 발언이 없었다고 해도 미국 여자 대표팀은 여느 팀보다 또 여느 때보다 우승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축구협회가 남녀 선수 수당에 차이를 두는 등 '조직적인 성차별(institutionalized gender discrimination)'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동일임금법과 민권법 위반"이라며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 이 소송 제기가 정당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우승보다 확실한 길은 없었습니다. 결승전을 찾은 팬들 역시 경기가 끝난 뒤 "Equal Pay! Equal Pay!"라고 외치며 힘을 더했습니다.



FIFA는 이번 대회 총 상금으로 3000만 달러(약 354억 원)를 지급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러시아 남자 대회 총상금은 이보다 13.3배 많은 4억 달러(약 4722억 원)였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2023년 여자 월드컵 때부터 현재 상금을 두 배 수준으로 올릴 계획을 밝혔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그렇다고 남녀 대회 상금 차이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2022년 카타르 남자 월드컵 때는 총상금이 4억4000만 달러로 오를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축구에서는 남녀 대회 상금이 똑같다면 이상하게 들리지만 BBC에서 201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녀부 경기가 모두 있는 42개 종목 가운데 83.3%(35개)는 남녀부 상금이 똑같습니다.


시장성을 따지면 남자 월드컵이 여자 대회에 앞서 있는 게 분명한 사실. 이번 여자 월드컵 경기당 평균 관중은 2만1756명으로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때(4만7371명)와 비교하면 45.9%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상금이 똑같은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적어도 일단 이 정도까지는 상금 격차가 줄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미국 여자 대표 선수들도, 또 남자 축구 팬들도 지금 당장은 절대 동의하지 못할 이야기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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