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역시 이변은 없었습니다. 케빈 듀랜트(30·포워드·사진)가 올해 미국프로농구(NBA)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개장 첫날 브루클린행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맘때 예상했던 것처럼 골든스테이트 왕조가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듀랜트가 4년간 최대 1억6400만 달러(약 1906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브루클린과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아직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건 제도적으로 6일이 되어야 계약서에 사인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계약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더럽게 복잡한 강력한 연봉 상한선(샐러리캡)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NBA는 연차와 자격에 따라 FA가 계약할 수 있는 최장 기간과 최고 금액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4년간 1억6400만 달러는 듀랜트가 이번 FA 시장에서 팀을 옮긴다고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고 계약 조건입니다. NBA '에어컨 리그'에서 이런 조건에 계약을 맺는 걸 흔히 맥스 또는 맥시멈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맥시멈 계약이 존재한다는 건 돈 다발만으로 원하는 FA를 영입하기 어렵다는 뜻. 최근에는 같이 뛰고 싶은 선수를 붙여주는 게 트렌드입니다. 그래야 이 선수들이 '챔피언 반지'를 끼우기가 더 수월할 테니까요. 듀랜트가 데뷔 팀 오클라호마시티(OKC)를 떠나 골든스테이트로 건너 갔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브루클린은 이날 지난 시즌까지 보스턴에서 뛰었던 카이리 어빙(27·가드·사진)과도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4년간 1억4100만 달러(약 1631억 원). 역시 맥시멈 계약입니다.

 

물론 어빙이 꼭 듀랜트를 따라 브루클린으로 건너간 건 아닙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난 어빙은 어린 시절을 뉴저지주 몬트클레어에서 보냈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 브루클린은 뉴저지를 연고지로 삼던 팀이었습니다. 어빙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적 소식을 알리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뉴저지) 네츠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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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 모두 맥시멈 계약을 하기로 했지만 ESPN에 따르면 실제 계약 과정에는 두 선수 모두 보장 금액을 400만~500만 달러 정도 줄이고 이 금액만큼 인센티브로 돌릴 예정입니다.

 

그래야 연봉 1000만 달러에 역시 FA 자격을 얻은 디안드레 조던(31·센터)을 영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던 역시 이날 4년간 4000만 달러(약 462억 원)에 브루클린과 계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던(사진 오른쪽)과 듀랜트(왼쪽)는 절친 사이. 지난 시즌까지 조던이 몸담고 있던 뉴욕은 조던을 활용(?)해 듀랜트를 영입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조던이 듀랜트를 따라 브루클린으로 이동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뉴욕은 아킬레스힘줄 부상을 이유로 맥시멈 계약 제시를 꺼렸기 때문에 듀랜트를 잡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래도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던 상황. 브루클린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디안젤로 러셀(23·가드·아래 사진)을 골든스테이트로 보내면서 숨통을 틔웠습니다. 골든스테이트가 제한적(restricted) FA 신분이던 러셀을 이런 방식으로 데려온 건 샐러리캡 상한선을 넘어 외부 FA 영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4년간 1억1700만 달러(약 1353억 원)를 받기로 한 (맥스) 계약 조건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골든스테이트는 연봉 총액을 낮출 필요가 있었고 결국 2014~2015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안드레 이궈달라(35)를 멤피스로 트레이드했습니다.

 

골든스테이트는 대신 이날 클레이 톰슨(29)에게 맥스 계약(5년간 1억900만 달러)을 선물하면서 '스플래시 브라더스(the Splash Brothers)'가 새로 문을 여는 안방 구장 '체이스 센터' 백코트를 지키게 됐습니다. 드레이먼드 그린(29) 역시 일단 다음 시즌까지는 계속 골든스테이트 유니폼을 입을 겁니다. 심지어 드마커스 커즌스(29)도 (엄청난 연봉 손실을 감수하면서) 골든스테이트에 남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듀랜트와 이궈달라가 빠진 상황에서도 골든스테이트는 계속 왕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도박사들 생각은 다릅니다. 스포츠 도박 배당률 정보를 제공하는 라인업스닷컴에 따르면 골든스테이트의 2019~2020 시즌 NBA 우승 배당률은 머니라인으로 +100(4위)입니다.

 

기대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을 왕조'라는 평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왕조를 구축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우승이라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지난해 이 포스트를 쓸 때만 해도 골든스테이트는 우승이 떼 놓은 당상처럼 보이던 팀이지만 결국 토론토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챔프전 결과는 골든스테이트에서 듀랜트가 빠지면 어떤 팀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러셀이 과연 그 자리를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골든스테이트 왕조가 올 여름 무너질 확률이 높다고 예상하면서 '그러니까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 팬 여러분, 힘 내세요!'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네, 정말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골든스테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내년 레이커스 역시 '당연하다'는 건 없습니다. 그게 우리가 이 복잡한 비즈니스 관계와 상관없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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