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3피트 수비방해'가 일단 비디오 판독 대상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올해 제4차 실행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실행위원회는 10개 구단 단장과 KBO 사무총장이 참석해 리그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모임입니다.
이날 첫 번째 안건은 3피트 수비방해 선언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 박종훈 한화 단장은 회의를 앞두고 "규칙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심판마다 적용이 다르고, 내용도 현장에 조금씩 다르게 전달됐다. 이를 통일해서 적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실행위원회는 결국 '송구 시점'에 타자주자가 3피트 라인 시작점부터 파울 라인 안쪽으로 달리는 경우 △수비 측이 홈플레이트 근처와 1루 파울 라인 근처 수비 시에는 즉시 수비방해를 선언하고 △3루 파울 라인 근처 수비 시에는 심판원이 송구를 방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수비방해를 선언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규칙 적용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이를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에 추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비디오 판독 대상에 추가한 건 환영할 일입니다. 4월 '베이스볼 비키니'를 쓸 때는 "주로(走路)에서 벗어나는 건 사실 못 보기가 더 어렵습니다"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에 따라 구심과 1루심 가운데 누가 타자주자를 체크해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는 건 사실. (제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팟캐스트 '김정준의 야구수다'에서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3피트 수비방해 논란을 줄이려면 비디오 판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역설(力說)하기도 했습니다.
또 비록 3루 파울 라인 근처에서 수비할 때만 해당하지만 "심판원이 송구를 방해했다고 판단할 경우"라는 표현이 되살아난 것도 환영입니다. 같은 베이스볼 비키니에 쓴 것처럼 원래 없던 이 단서 조항을 1932년 규칙에 넣은 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을 때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단, '파울 라인 안쪽으로 달리는 경우'라는 표현은 여전히 생각할 여지가 남습니다. KBO 규칙에서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거든요.
KBO 규칙에는 거의 똑같은 내용이 5.09(a)(8)과 6.01(a)(10)에 두 번 등장합니다.
5.09(a)(8)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타자주자는 아웃이다.)
단, 타구를 처리하는 야수를 피하기 위하여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을 달리는 것은 관계없다.
6.01(a)(10) 1루에서 수비가 벌어지고 있을 때 주자가 본루~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면서 파울 라인 안팎의 3피트 라인을 벗어남으로써 1루로 던진 공을 받거나 타구를 처리하는 야수에게 방해가 되었다고 심판원이 인정하였을 경우 (주자는 아웃되고 볼 데드가 된다.)
자세히 보시면 주로 범위가 다릅니다. 5.09(a)(8)에 따르면 파울 라인의 왼쪽 그러니까 페어 지역으로 달리면 타자주자는 아웃입니다. 반면 6.01(a)(10)을 기준으로 하면 페어 지역에서도 파울 라인 안쪽 3피트까지는 주로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규칙에서는 5.09(a)(11)이 KBO 규칙 5.09(a)(8)에 해당합니다.
5.09(a)(11) In running the last half of the distance from home base to first base, while the ball is being fielded to first base, he runs outside (to the right of ) the three-foot line, or inside (to the left of ) the foul line, and in the umpire’s judgment in so doing interferes with the fielder taking the throw at first base, in which case the ball is dead; except that he may run outside (to the right of ) the three-foot line or inside (to the left of ) the foul line to avoid a fielder attempting to field a batted ball.
대신 수비방해(interference)를 다룬 규칙 어디에도 6.01(a)(10)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5.09(a)(11)에 "in which case the ball is dead(이때는 볼 데드다)"라는 표현으로 갈음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본야구기구(NPB) 규칙 역시 5.09(a)(11)에 KBO 규칙 5.09(a)(8)에 해당하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この際は、ボールデッドとなる(이때는 볼 데드다 된다)"라고 소개할 뿐 수비방해 항목에서 이를 다시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5.09(a)(11)1塁に対する守備が行われているとき、本・1塁間の後半を走るに際して、バッターがスリーフットラインの外側(向かって右側)またはファウルラインの内側(向かって左側)を走って、1塁への送球を捕えようとする野手の動作を妨げたと審判員が認めた場合。この際は、ボールデッドとなる。ただし、打球を処理する野手を避けるためにスリーフットラインの外側(向かって右側)またはファウルラインの内側(向かって左側)を走ることは差し支えない。
「原注」スリーフットラインを示すラインは、そのレーンの一部であり、バッターランナーは両足をスリーフットラインの中もしくはスリーフットラインのライン上に置かなければならない。
요컨대 한국과 미국, 일본이 선언에 따른 결과는 똑같지만 적용하는 규정 자체가 다른 셈입니다. 그리고 이때 파울 라인 왼쪽은 주로에서 제외입니다.
그런데 KBO 규칙 5.09(a)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때는 타자주자가 아웃일 뿐 수비방해(볼 데드)에 대한 내용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6.01(a)(10)에 따라 수비방해 판정을 내려야 하고 이때는 파울 라인 안쪽도 3피트까지는 주로로 인정을 해야 합니다. 아니면 타자주자만 아웃으로 처리하고 주자가 되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물론 리그 규정과 규칙이 충돌할 때는 규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런 규정을 마련한 게 절차적으로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그저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미국하고만 규칙이 다른 것도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규칙은 5.09(a)(11) 원주(comment)를 통해 타자 주자가 1루 터치 순간에 파울 라인 안쪽으로 뛰는 걸 허용합니다.
The batter-runner is permitted to exit the threefoot lane by means of a step, stride, reach or slide in the immediate vicinity of first base for the sole purpose of touching first base.
반면 한국은 물론 일본 규칙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타자 주자가 파울 라인 바깥으로 규칙에 맞게 잘 뛰다가 베이스를 밟는 순간에 파울 라인 안쪽으로 들어온다면 역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규정을 손질하면서 이 내용을 다루지 않은 건 아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건 '수비방해에도 불구하고 타자주자를 아웃시켰다면 수비방해는 선언하지 않는다'(윤병웅 전 KBO 기록위원장)는 내용이 빠졌다는 것. 결과적으로 수비에 방해를 받지 않았는데 수비방해를 선언하는 건 공격 측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비방해 판정이 나오면 주자가 원래 베이스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멀쩡히 타자주자를 잡아내고도 수비방해 판독 신청을 하는 팀이 나올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실행위원회는 이와 함께 수비 페이퍼, 리스트(wrist) 밴드는 올 시즌에 한해서 외야수에게만 허용하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내야수와 포수는 일단 이를 활용할 수 없다는 뜻. 실행위원회는 "허용된 페이퍼나 리스트 밴드가 상대 팀의 사인을 훔치려는 목적이나 어떠한 플레이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해당 선수는 즉시 퇴장 조처하고 해당 구단, 선수, 관계자에게 경고처분, 제재금 부과, 출장 정지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KBO는 두 가지 결정 사항을 각 구단과 현장에 전달하고 2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