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지난달 12일만 해도 프로야구 5위와 6위는 6경기 차이였습니다. 서울신문 "5강 5약 '넘사벽'…반전은 없다?"


올해 프로야구를 잘 설명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는 북부리그, 남부리그였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리그 판세가 5강 5약으로 뚜렷하게 나뉘면서 팬들 사이에서 이런 표현이 유행했던 것.


그런데 전반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프로야구가 정말 지리적으로 북부리그, 남부리그로 나뉠지도 모르겠습니다. 1~5위 다섯 개 팀은 중부 지방, 6~10위 10개 팀은 남부 지방에 자리잡을 확률이 생긴 겁니다.



반전에 앞장서고 있는 건 KT. 막내 구단 KT는 여전히 약체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6월 13일 이후 KT가 10승 1무 5패(승률 .667를 기록하면서 키움(.750), SK(.68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KT는 2일 수원 안방 경기서 삼성을 5-3으로 물리치면서 팀 역사상 최장인 6연승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거꾸로 5위 NC는 같은 기간 4승 11패(.267)로 한화(.200)에 이어 두 번째로 성적이 나빴습니다. 그 결과 두 팀은 어느덧 2경기 차이로 줄었습니다. 이 정도면 KT로서는 5위 자리가 '사정권'에 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즌 개막 전 KT 선발 에이스 후보에서 철벽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이대은. KT 제공 


KT를 끌어올린 제일 큰 원동력은 불펜입니다. KT 구원진은 이 기간 평균자책점 2.45로 10개 구단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 중심에 이대은(29·사진)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KT 팬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실 겁니다.


이대은은 시즌 두 번째로 퓨처스리그(2군)에서 돌아온 지난달 12일부터 구원 투수로 나서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KT도 오름세를 탔습니다. 이대은은 이날 이후 현재까지 8경기에 나와 15이닝 동안 단 1실점(비자책점)밖에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선발 시절 5.88이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4.31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이대은은 OSEN 인터뷰에서 "아직 마무리 투수로 적응하는 단계"라며 "불펜 투수는 더 중요한 순간에 나오게 되니까 심장이 더 떨리는 것 같다. 내 뒤에 남은 투수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집중도도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강백호 공백을 무색하게 만드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유한준. KT 제공


타선에서는 베테랑 유한준(38)이 손바닥 부상으로 빠진 강백호(20)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유한준은 강백호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지난달 26일 이후 5경기에서 .476/.476/.905, 3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로 시작점을 앞당겨도 .371/.429/.629입니다. 시즌 타율 .314까지 끌어 올린 유한준은 득점권에서는 타율 .381(3위)로 더욱 강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체 341 타석 중 61.3%(209타석)을 지명타자로 소화하고 있는 유한준은 "요즘 수비를 안 나가니 체력이 비축되어 있어서 타격 컨디션이 괜찮았던 것 같다. 선수들이 모두 잘해주고 있고 감독 코치님들과도 잘 소통되고 있어서 좋은 결과가 이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팬들이 실망하지 않는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조이뉴스24와 인터뷰했습니다.


외국인 타자 로하스(29)도 지난달 13일 이후 .339/.391/.643을 기록하면서 유한준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고 있습니다. 로하스는 엑스포츠뉴스 기자와 만나 "시즌 초반에는 좋지 않았지만 언젠가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강백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들 노력하고 있고, 팀도 이기고 있다. 잘 회복해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잠실에서 두산에 2-14로 패해 6연패에 빠진 뒤 관중에게 인사하는 NC 선수단. 동아일보DB


거꾸로 NC는 불펜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이 기간 NC 구원진은 평균자책점 7.59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쁜 성적을 남겼습니다. 그나마 마무리 투수 원종현(32)이 2.08, 김건태(28·개명 전 김정훈)가 2.70으로 분전했을 뿐 나머지 구원 투수진은 '가비지 이닝'을 소화하기에도 버거운 모습이었습니다.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루친스키(31)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 두 명도 언제 짐을 싸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버틀러(28)는 마운드 위에서 글러브를 발로 걷어 차 싸가지 '태도' 논란을 빚더니 어깨를 다쳐 전반기 복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팬들이 일찌감치 방출을 촉구한 베탄코트(28) 역시 시즌 통산 .246/.308/.404로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성적과는 거리가 먼 상황. 결국 머지 않은 미래에 NC 외국인 선수 교체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봅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싱겁게 끝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나 페넌트레이스를 괜히 마라톤에 빗대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또 얼마든 반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끝까지 관심을 놓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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