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농구 경기 하다 보면 나중에 퇴장 때문에 교체 선수가 없어서 한 팀에 4명이나 3명만 뛰는 경우를 본 거 같은데 야구는 어떨까? 연장전까지 가서 엔트리 교체 선수를 다 소진했는데(심지어 다음날 선발투수까지) 갑자기 부상으로 수비 중이던 선수가 빠져야 하면? 밥 먹던 사람끼리 갑론을박했는데 그 자리를 비워 놓아야 하나… (심지어 코치가 뛸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었음.)


한 프로야구 팀 관계자께서 카카오톡으로 보내신 질문. 한 마디로 더그아웃에 교체할 수 있는 선수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때 감독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정답은…


GG(Good Game·패배 인정) 선언입니다. 야구 규칙 4.17이 아예 이 내용을 못 박고 있습니다.


4.17 어느 팀이 경기장에 9명의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거나 또는 이것을 거부하였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되어 상대팀이 승리하게 된다.


그러니까 부상 등으로 아홉 자리를 전부 채울 수 없는 것과 감독이 판정에 항의하려는 목적으로 선수를 경기장에 내보내지 않을 때를 똑같이 취급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직까지 선수 정원 부족으로 몰수패를 기록한 적은 없지만 판정에 항의하다 몰수패를 당한 건 두 차례 나왔습니다.


첫 사례는 프로야구 원년이던 1982년 8월 26일 나왔습니다. 이날 대구 경기에서 MBC(현 LG) 2루수 김인식(65)은 더블 플레이 처리 과정에서 2루로 달려오던 삼성 배대웅(64)과 영겨 넘어졌습니다. 김인식은 공을 1루로 던지고 나서 배대웅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그러자 김동앙 주심을 비롯한 심판 4명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양 팀 감독은 두 선수 손을 잡아 주며 화해를 시켰습니다. 이대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나 싶던 찰나 심판진은 김인식에게 퇴장을 명했습니다. '배대웅은 맞고만 있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MBC 백인천 감독은 "당사자가 두 명이나 퇴장을 시키려면 두 사람 모두 퇴장시켜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심판진이 몰수 게임을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백 감독이 끝내 선수단을 내보내지 않으면서 프로야구 첫 번째 몰수 경기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 몰수 경기 때도 MBC가 등장합니다. 단, 이때는 승리 팀이 MBC였습니다. 1985년 7월 16일 MBC는 OB(현 두산)를 잠실구장으로 불러들여 안방 경기를 치렀습니다. (OB가 잠실을 안방으로 쓰게 된 건 1986년부터입니다.) 


당시 경기를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kini註 - 과거 표기법 일부 수정 및 현재 나이 추가)를 보면:


5-5 동점에 1사 주자 1, 3루. 타석에서 (MBC) 3번 김재박(64)이 서 있었다.


1루 주자 박흥식(56)이 2루 스틸을 시도했고 (OB) 베어스 포수 조범현(58)은 2루에 볼을 던졌다.


시간적으로는 주자가 아웃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흥식은 태그를 피해 이쪽 저쪽 몸을 돌렸다. 결국 협살에 걸려 아웃은 됐지만 그 사이 3루 주자 유고웅(60)이 홈을 밟았다.


일단 상황이 끝난 다음 베어스에선 '1루 주자 박흥식이 3피트라인을 벗어나 협살 플레이 이전에 당연히 아웃의 선언돼야 했고 따라서 유고웅의 득점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이때가 밤 9시 10분이었다.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베어스는 선수들을 더그아웃으로 철수시켰고, 주심 이근우 씨는 기록원을 시켜 '계속 게임에 불응할 경우 5분 뒤 감독 퇴장을 명하겠다'는 장내 방송을 했다. 베어스 김성근 감독에게는 사전 경고가 없었다.


또 5분 뒤 베어스 측에선 제소를 전제로 게임에 응하겠다고 나섰으나 '아웃 세이프 판정은 제소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분 뒤 베어스의 몰수 게임패가 선언됐다.


몰수 경기는 '잘못이 없는 팀'이 9-0 승리를 거둔 것으로 기록에 남습니다. 개인 성적은 콜드 게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그러니까 정식경기 성립(보통 5회) 이전이면 개인 성적이 모두 사라지고 그 이후면 남습니다.  


e(2) 정식경기가 성립된 이후 몰수되었을 경우 몰수될 때까지의 모든 개인과 팀 기록은 공식기록에 포함시킨다. 몰수로 승리를 얻은 팀이 몰수 당시 상대팀보다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었을 때는 10.19의 규정에 따라 승리투수, 패전투수를 결정하여 공식기록에 기입한다. 


몰수로 승리를 얻은 팀이 몰수 당시 상대팀보다 득점이 적거나 동점이었을 때는 승리투수, 패전투수를 기록하지 않는다.


정식경기가 성립되기 전에 몰수되었을 경우는 모든 기록은 공식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때는 경기가 몰수된 사유만 보고한다. ─ 야구 규칙 10.03


단, 리틀야구에서는 규칙이 좀 다릅니다. 리틀야구에는 기본적으로 한번 라인업에서 빠진 선수도 다시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는 '리엔트리(Re-entry)' 규칙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선수 교대가 가능한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배구에서 선수를 교대하는 것처럼 한번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면 끝입니다. (A-B-A만 가능한 배구와 달리 A-B-C-A처럼 교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체 가능한 선수가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상 선수가 나오면? 상대 팀 감독이 어떤 선수가 들어갈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NOTE 3: If during a game either team is unable to place nine (9) players on the field due to illness, injury, ejection, or inability to make a legal substitution, the opposing manager shall select a player previously used in the line-up to re-enter the game, but only if use of all eligible players has exhausted the roster. A player ejected from the game is not eligible for re-entry. ─ 리틀리그 경기 규칙 3.03


아, 농구는 정말 5명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뜁니다. 실제로 2013년 6월 2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선수 4명이 뛴 선일여고가 5명이 뛴 숙명여고를 77-74로 물리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축구에서는 11-10으로 뛰는 걸 흔히 볼 수 있지만 한 팀이 6명 이하가 되면 역시 몰수패를 선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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