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안녕하세요. 기자님. 평소에도 기자님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게 있는데요. 야구에서 한 타자가 한 경기에서 삼진 4개를 당할 때 'Golden Sombrero'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한 독자 분께서 위처럼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먼저 질문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황규인의 잡학사전'을 이 블로그에 쓰지는 않지만 (이제는 마지막으로 쓴 지도 퍽 오래지만) 질문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_-)/


'골든 솜브레로(Golden Sombrero)'는 '해트 트릭(Hat-Trick)'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영어로 모자가 'hat'이듯이 스페인어로 모자가 'sombrero'이기 때문입니다. 모자 중에서도 특히 "에스파냐, 멕시코, 미국 남부 등지에서 쓰는 중앙이 높고 챙이 썩 넓은 모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가 바로 솜브레로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모자(hat)가 3을 뜻하니까 그보다 챙이 넓은 솜브레로로 4를 뜻하는 겁니다.


해트트릭 어원에 대해서도 여러 설명이 있습니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은 크리켓에서 볼러(야구로 치면 투수)가 공 3개로 타자 3명을 아웃 시켰을 때 새 모자를 선물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전까지는 정장에 모자를 쓰는 게 기본 드레스 코드였습니다.


'딕슨 야구 사전'에 따르면 골든 솜브레로라는 표현이 기사에 처음 등장한 건 1984년 4월 14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이었습니다. 당시 메이저리그 시카가 컵스 1루수 레온 더햄(61)은 전날 경기에서 삼진 3개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인터뷰했습니다.


I almost got the Golden Sombrero. That's when you strike out four times, see. I only got the regular sombrero.


골든 솜브레로가 기록에 등장한 건 이 기사가 처음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출신인 더햄이 이 표현을 표현을 처음 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1984~1989년 샌디에이고에서 뛴 카르멜로 마르티네스(68·푸에르토리코)가 저 말을 처음 썼다고 하면서도 확인할 수는 없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98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저 표현이 등장했던 겁니다.


이는 'That's when you strike out four times, see'라고 더햄이 따로 설명했다는 점을 통해서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기자가 저 표현을 남긴 것도 같은 이유였겠죠. 짐작건대 당시까지는 골든 솜브레로라 선수 사이에서만 유명한 표현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로부터 두 달이 지나지 않은 그해 6월 12일 안방 경기에서 더햄은 기어이 골든 솜브레로에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67경기에 나선 더햄이 골든 솜브레로를 기록한 건 이날 딱 한 경기뿐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골든 솜브레로를 제일 많이 기록한 건 라이언 하워드(39)로 총 27차례 한 경기에서 삼진 4개를 기록했습니다. '미스터 10월' 레지 잭슨(72)이 23개로 그다음입니다. 3위에는 골든 솜브레로 20개를 남긴 짐 토미(48)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골든 솜브레로에서 유래해 한 경기에서 삼진 다섯 개로 물러나는 건 '플래니텀 솜브레로(Platinum sombrero)'라고 부릅니다. 여섯 개는 '티타늄 솜브레로(Titanium sombrero)' 또는 '혼(Horn)'입니다. 혼 이라는 표현이 생긴 건 볼티모어 지명타자 샘 혼(55)이 연장 15회에 끝난 1991년 7월 17일 경기에서 실제로 삼진 6개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야구 영어를 좀더 배우고 싶으신 분은 이 포스트를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이 기사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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