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김길현 전 이화여대 교수(61·분자생명과학·사진)는 2005년 캄보디아에 정착했습니다. 김 교수는 학교를 떠나기 전 '이화소식' 인터뷰에서 "(미국) 유학 시절부터 선교사가 되고 싶었다. 20년 동안 품었던 꿈을 이루러 가는 것"이라며 "120년 전 외국인 선교사가 이화를 세운 것처럼 그렇게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11년이 현재 프놈펜 왕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이제 아예 캄보디아 국적을 얻었습니다. 이 정도면 캄보디아광(狂)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미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서울대 재학 시절 야구부 활동을 할 정도로 야구광이었던 그는 캄보디아에 야구를 뿌리내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캄보디아 정착 이듬해(2006년) '프놈펜 블루 웨이브스'라는 팀을 꾸렸는데 캄보디아 역사상 첫 번째 야구 팀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사재를 털어 2010년 캄보디아에 야구장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야구장 문제

그럼 이 '허구연 야구장'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잠시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시죠.



최근 프놈펜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캄퐁스푸 작은 마을에 버려진 야구장을 찾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유명 야구해설가 허구연씨가 후원금 1억여 원을 들여 만든 야구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운동장에는 이름 모를 잡풀만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사실은 다릅니다. 김 교수는 e메일을 통해 "한국을 기준으로 하면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이 왜 개발도상국이겠느냐. 소떼들이 뛰어다니며 그물을 찢어대는 상황에서 한국처럼 완벽한 관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을 사용할 때마다 보수를 하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허구연 야구장에서 '프놈펜 베이스볼 리그' 일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비정기적 야구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평소에는 그 야구장이 자리잡고 있는 학교에서 체육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며 "캄보디아는 항상 더운 나라기 때문에 며칠만 지나도 잡초들이 쑥쑥 자라 올라온다"고 전했습니다.


'프놈펜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야구장을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도시에 야구장을 지으면 좋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한 개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래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개발 예정 지역에다 야구장을 건설한 것이다. 허구연 야구장은 가까운 미래에 아주 유용한 구장이 될 것임에 틀림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다른 나라에 야구장 혹은 축구장을 사재를 털어 건설해 줬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봤다"면서 "소위 '잘 나가는' 프로야구 선후배들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일에 허 위원이 솔선수범해서 야구인들의 귀감이 되었다. 허 위원은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야구 장비를 보내주고 계신다. 이러한 업적은 한국 야구사에 높이 기록되어도 좋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우물 문제

사실 이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야구장 문제가 차지하는 건 일부분입니다. 글 쓰신 분은 많은 부분을 '우물 문제'에 할애하고 계십니다. 우물을 파고 또 파는 데 그래도 깨끗한 물을 얻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캄보디아 정부에서 발표한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전국에는 이렇게 해서 생겨난 우물 수가 적어도 수만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해마다 국제 비정부단체(NGO)를 비롯해 각종 사회복지 후원단체들의 우물 파기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는 아직도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문제가 뭘까요? 글 쓰신 분은 우물 파기 캠페인을 여러 차례 진행한 김한주 목사 목소리를 빌려 설명합니다.


"우물을 너무 얕게 파기 때문에 쓸 수 없는 우물이 너무 많다. 건기에도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되도록 (우물을) 깊이 파야하는데 후원단체의 예산은 정해져 있고, 예산안에서 목표한 우물 수를 맞추려다 보니, 결국 적당히 얕게 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후관리까지 안 돼 버려지는 우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깊은 우물이 반드시 좋다는 것은 선입견"이라며 "캄보디아 지하수는 칼슘(석회질) 성분이 많은 경수(hard water)에 해당한다. 연수(soft water)하고 비교하면 경수가 생활용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캄보디아 지하수는 비소 등 유해 물질이 들어있을 우려도 크다"고 반박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깊은 우물보다 얕은 우물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어 "깊은 우물은 반드시 수정 펌프를 이용해 물을 길어 올려야 한다. 이때 전기가 필요한데 캄보디아에서 지하수가 필요한 지역 대다수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개별 발전기 역시 가난한 사람들이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비싸다"면서 "또 수정 모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머나먼 프놈펜까지 가서 고쳐야 한다.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수리가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 지역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라면 얕은 우물을 택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과 나중' 문제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제한된 재원으로 여러 곳의 타는 목마름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누구도 오로지 깊은 우물이 최선의 선택이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소떼들이 목욕하고 지나간 웅덩이 물마저 쉽사리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우물'을 만들어 줄 테니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 메일을 통해 기사가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취재 깊이가 충분하지 못해 참된 모습을 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깊은 우물이 좋은 물을 줄 것이라 생각하듯이 좀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사가 더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e메일을 마무리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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