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처럼 페이스북에 올렸던 걸 아카이브 차원에서 일부 수정·보완해 블로그에 남겨두는 글입니다.
• 미국프로농구(NBA)나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쓰는 플러스마이너스(+/-)라는 기록이 있다. 빼기만 할 줄 알면 구할 수 있는 기록. 그 선수가 코트(링크) 위에 있을 때 팀이 올린 점수에서 팀이 내준 점수를 빼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 현재 NBA에서는 LA 클리퍼스 스테픈 커리(28)가 +482로 1위다.
• 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산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두 세터 노재욱(24·사진 왼쪽)과 이승원(23)의 올 시즌 현재(3일)까지 +/- 변화 추이를 그린 것. 노재욱 그래프가 중간에 끊긴 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기간 이승원이 스타팅으로 나섰기 때문에 두 선수 세트 숫자는 노재욱 893개, 이승원 639개로 나머지 팀하고 비교하면 균형이 맞는 편이다.
• 어제 경기까지 노재욱이 코트 위에 있을 때 현대캐피탈은 48점을 더 얻었고 이승원이 세터일 때는 14점을 더 얻었다. 이승원으로서는 노재욱이 빠졌을 때 제몫을 다하다가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0-3으로 패한 게 아쉬울 터. 결국 노재욱이 서둘러 주전으로 복귀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다시 백업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뒤 '조커'로서 활약했다는 평을 들을 만한 건 3라운드 때 삼성화재 상대 경기에서 4세트 때 6점을 벌어줬을 때뿐이다.
• 이승원은 한양대 3학년은 마치고 드래프트에 나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노재욱보다 한 살 어리지만 연차로 따지면 모두 프로 2년차. 이렇게 경험이 적은 두 선수가 주전과 제2 세터로 나뉘다 보니 팀으로서도 골치다. 경우에 따라 코트에 들어가 분위기를 바꿔줄 분위기 반전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쓴 '조커' 말이다.
• 2012~2013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에서는 권영민(36·현 KB손해보험)과 최태웅(40·현 감독)이 현재 두 선수하고 비슷한 비율로 뛰었다. 당시 경기 출전은 권영민이 더 많았지만 +/-는 최태웅이 더 높았다. 권영민이 세트당 0.55점을 벌어줄 때 최태웅은 1.09점이었다. 당시에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 그래도 지금처럼 한번 지기 시작하면 계속 지는 구조는 아니었다.
• 그럼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엉뚱한 제안을 하나 해보자면 송준호(25)를 이승원하고 묶어 '조커 콤비'로 키우자는 것. 어차피 현재로서는 두 선수 모두 쓰임새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쓰기엔 어제 송준호가 너무 잘하기는 했지만…) 현대캐피탈은 프로 초창기에도 권영민에게 밀리던 백업 세터 송병일(32·현 코치)이 라이트 박철우(30·현 삼성화재)와 콤비를 이뤄 조커 콤비로 맹활약하곤 했었다.
• 원포인트 서버 또는 블로커랑 교체 때 빼고는 주전 세터가 경기를 계속 뛰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보통 세터 +/- 기록은 팀 득·실점 차이와 거의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