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69·네덜란드·사진)은 이번에도 '더 블루스(The blues)'를 구할 수 있을까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히딩크에게 임시 감독 자리를 맡길 것이라고 19일(현지 시간) 발표했습니다. 선수단 태업 논란에 휩싸인 첼시는 이틀 전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 감독(52)과 결별했습니다.


2009년에도 임시 감독으로 첼시를 맡아 FA컵 우승을 이뤘던 히딩크 감독은 "첼시로 돌아가는 것이 흥분된다. 지금은 잠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중에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첼시는 지난 시즌 EPL 챔피언이지만 올 시즌에는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선임 소식을 알린 뒤 이날 안방 스탬퍼브 브리지 관중석에서 히딩크 감독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러시아 석유 재벌 출신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러시아 대표팀을 후원하면서 히딩크 감독과도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당연히 이번에 다시 히딩크를 데려온 것도 이 인연 때문이었죠. 


첼시는 이 경기서 선덜랜드를 3-1로 꺾었습니다. 첼시가 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건 지난 달 21일 이후 이 경기가 처음입니다. 그 사이 두 번 지고 한 번 비겼죠. 이날 승리로 첼시는 올 시즌 5승 3무 9패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팀 순위는 20개 팀 중 15위.


▌19일 현재 2015~2016 EPL 순위
POS CLUB P W D L GF GA GD PTS
1 Leicester City 17 11 5 1 37 24 13 38
2 Arsenal 16 10 3 3 29 13 16 33
3 Manchester City 16 10 2 4 32 17 15 32
4 Tottenham Hotspur 17 7 8 2 28 14 14 29
5 Manchester United 17 8 5 4 22 14 8 29
6 Crystal Palace 17 9 2 6 23 16 7 29
7 Watford 16 7 4 5 18 16 2 25
8 West Ham United 16 6 6 4 25 21 4 24
9 Liverpool 16 6 6 4 20 19 1 24
10 Everton 17 5 8 4 31 24 7 23
11 Stoke City 17 6 5 6 14 16 -2 23
12 Southampton 17 5 6 6 21 21 0 21
13 West Bromwich Albion 17 5 5 7 17 23 -6 20
14 Bournemouth 17 5 4 8 22 32 -10 19
15 Chelsea 17 5 3 9 21 27 -6 18
16 Norwich City 17 4 5 8 20 29 -9 17
17 Newcastle United 17 4 5 8 19 32 -13 17
18 Swansea City 16 3 5 8 15 24 -9 14
19 Sunderland 17 3 3 11 18 33 -15 12
20 Aston Villa 17 1 4 12 14 31 -17 7

2009년 팀을 맡았을 때 히딩크 감독이 잘했던 건 사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57)에 이어 팀을 맡은 히딩크는 리그 경기에서 첼시를 10승 1무 1패로 이끌었습니다. 최종 순위는 3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에 올랐죠. 첼시 팬들이 시즌이 끝나고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가지 말라'고 한 게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철 지난 이야기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2009년 첼시를 이끈 원동력은 역시나 뛰어난 심리술. '드록신' 디디에 드로그바(37)는 "당시 히딩크가 선수단에게 처음 한 말이 '너희는 감독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 나도 신경 안 쓸 테니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랬던 그도 이날은 관중석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히딩크 감독을 바라봤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8월 1일 16년 만에 다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았지만 1년도 못 돼 올 6월 30일 자리를 내놓았습니다. 이 기간 네덜란드는 4승 1무 5패에 그쳤고 32년 만에 유로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네덜란드 언론에서도 '모든 게 히딩크 감독 때문이다'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전술과 리더십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다음이었습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히딩크 감독은 절대 다시 첼시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는 이번에 첼시에서 2002년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4강에 올랐던 것보다 더 대단한 업적을 남겨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겠지만 역사는 그가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과연 히딩크는 또 한번 첼시를 위기에서 구하는 소방수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올해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때 조상우(21·넥센)처럼 오히려 자존심만 더욱 구긴 채 쓸쓸하게 자기 감독 인생 마지막 팀을 떠나게 될까요? 결론이 무엇이든 이번에도 첼시에 그리 오래 머무르지는 못할 듯합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45·아르헨티나)에게 팀을 맡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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