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2005년 8월 17일)은 '살아 있는 전설' 리오넬 메시(28·FC바르셀로나)가 아르헨티나 A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날입니다. 메시는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두 나라간 친선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 선수로 피치에 들어갔지만 43초 만에 레드카드를 받고 말았습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헝가리 수비수 빌모쉬 본자크(32)가 골대를 향해 돌진하던 메시를 잡아 당겼습니다. 당시 주심을 맡고 있던 마르쿠스 메르크 심판(53)은 이 과정에서 메시가 불필요하게 팔꿈치를 썼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메시는 퇴장 조치를 당한 뒤 탈의실에서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대표팀 경기는 같은 해 9월 3일 파라과이와 맞붙은 독일 월드컵 예선 경기였습니다. 첫 골을 넣은 건 2006년 3월 1일. 상대는 크로아티아였습니다.
월드컵 조별리그(본선) 데뷔 경기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상대했던 2006년 6월 16일 열린 C조 3경기 때. 팀이 3-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29분 경기에 들어간 메시는 그라운드에 나오자마자 에르난 크레스(40)포에게 골을 선물했고(도움), 15분 뒤에는 자기가 몸소 득점에도 성공했습니다. 이 경기로 메시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가장 어린 선수(만 18세357일)가 됐습니다. 당연히 최연소 득점도 기록했죠.
메시는 3차전 때 네덜란드를 상대로 선발 출장했고, 16강에서는 경기를 6분 남기고 들어가 멕시코 수비진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아르헨티니가 8강에서 개최국 독일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하는 바람에 메시는 더 이상 이 대회에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생애 첫 월드컵 치고는 분명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2007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에 0-3으로 패해 준우승했을 때만 해도 그럴 수 있는 일. 메시는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 때 FC바르셀로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을 강행해 아르헨티나에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그러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도 8강에서 또 독일하고 맞붙은 게 불운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010 월드컵 이후로도 아르헨티나는 계속 최전방에 침투하는 메시에게 볼을 찔러줄 미드필더를 찾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때 메시는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골든 볼(최우수선수) 수상자가 됐지만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독일에 0-1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지난달 끝난 코파 아메리카 역시 결승전에서 칠레와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한 가운데 승부차기 끝에 패했습니다. 결국 대표팀 데뷔 10년 동안 메시는 메이저 타이틀을 단 한 개도 챙기지 못한 선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메시는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올해의 선수상)를 네 차례(2009, 2010, 2011, 2012년)나 받았고, FC바르셀로나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으로 이끈 우리 시대 '축신(축구의 신)'. 그런데 유독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집니다. 본인도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꼈는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는 경기장에서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아르헨티나는 언제쯤 A매치에서 A학점을 받을 수 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