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29·현대캐피탈·사진 오른쪽)에게 2013년 여름은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일본전에서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를 다쳤던 것. 반년이나 코트를 떠나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습니다. 18년 만에 월드리그 결선리그 진출을 꿈꿨던 한국 배구도 함께 기대를 접어야 했습니다.
문성민은 이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습니다. 문성민은 31일부터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18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대표선수로 뽑혔습니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세계선수권 예선에 진출할 수 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무대도 꿈꿀 수 있습니다. 개최국 이란(세계랭킹 10위)과 호주(13위)가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한국(16위)과 중국(17위)이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다투는 분위기입니다.
전광인(24·한국전력)과 송명근(22·OK저축은행)이 부상으로 빠진 한국으로서는 2013년 버전 문성민이 꼭 필요한 상황. 문성민은 "무릎은 나쁘지도 정상적인 상태도 아니다"면서 "인대가 늘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한 쪽 무릎을 다치면 다른 쪽도 나빠지는 게 다반사. 문성민도 왼쪽 무릎을 다친 뒤 의식적으로 오른쪽 무릎에 힘을 주다 보니 부하가 걸렸습니다. 27일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번 대표팀 첫 훈련을 마친 뒤에도 무릎이 부어 올랐습니다. 문성민은 "훈련이 끝나면 열이 많이 나도 부어 오른다. 통증도 찾아 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문성민은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문성민은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많이 바뀌다보니 팀 내 두 번째 고참이 됐다"며 웃었습니다. 어느덧 대표팀에서 문성민보다 나이가 많은 건 주장 권영민(35·KB손해보험) 한 명뿐이었습니다. 문성민은 "고참이라고 해서 쓴소리를 하기보다는 후배들을 다독여서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역시나 실전 감각. 재활 중이던 문성민은 원래 19일 끝난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에 결장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대회 준비차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경기에 나섰습니다. 문성민은 "사실상 지난 시즌에 뛰고 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기 감각을 빨리 끌어 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표팀 문용관 감독은 이 대회서 문성민을 오른쪽 공격수로 기용할 계획입니다. 소속 팀에서도 최태웅 감독이 새 시즌 문성민에게 맡기기로 한 자리죠. 문성민은 "레프트는 수비 부담이 있지만 라이트는 공격에만 치중할 수 있다. 대표팀에선 줄곧 라이트로 뛰었기 때문에 적응이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