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지명할당이란 무엇인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가 윤석민을 '지명할당(Designated For Assignment)'했습니다. 메이저리그 규정은 실제로 게임에 뛰는 현역 메이저리거 25명 이외에 15명과 추가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흔히 '40인 로스터'라고 부르는 확장 명단(40-man expanded roster)입니다. 이 확장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는 게 바로 지명할당입니다. 보통 선수를 새로 영입하거나 마이너리그에 있던 선수(유망주)에게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겨줄 필요가 있을 때 팀에서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지명할당 하는 겁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선수를 지명할당하면:
• 열흘 안에 다시 40인 로스터에 복귀시키거나
• 1주일 이내에 웨이버 공시 하거나
• 트레이드 하거나
• 방출하거나
• 그때까지 아무 일 없으면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바꾸거나
하는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일단 볼티모어가 윤석민을 다시 40인 로스터에 복귀시킬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내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계약 내용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윤석민 국내 복귀 가능성?

윤석민은 올해 초 볼티모어하고 3년 계약을 맺으면서 '올해는 마이너리그 행도 가능하지만 2015, 2016년에는 선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없다'는 문구를 집어 넣었습니다. 이 2년간 볼티모어에서 보장한 연봉이 415만 달러(약 42억810만 원)입니다. 따라서 웨이버 클레임을 걸어 그를 데려가려는 구단은 이 돈을 부담해야 합니다. 올 시즌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지요. 대신 이 열흘이 지나면 볼티모어는 40인 로스터에서 빠진 윤석민 대신 유망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러면 윤석민은 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만약 이때 윤석민이 계약을 거부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윤석민이 415만 달러를 포기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요. 돈도 돈이지만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가 아주 강력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결국 윤석민은 그대로 계속 볼티모어 산하 AAA팀 노퍽에서 뛸 확률이 아주 높은 상황입니다.


지명할당 왜 있을까?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하고 마이너리그 개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는 회사 한 곳에서 1, 2군 선수단을 모두 통솔·관리합니다. 이 때문에 1군 감독이 원하면 어떤 선수든 2군으로 내려보낼 수 있고, 거꾸로 2군에서 선수를 불러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 팀이라는 별도 법인에 선수 교육을 위탁하는 계약을 맺습니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선수단을 파견하는 형태로 선수를 양성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까지 A팀 산하였던 마이너리그 팀이 올해는 B팀 산하가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꾸로 메이저리그 팀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사오는 일도 있는 겁니다. 결국 40인 로스터에 들어 언제든 메이저리그 갈 수 있던 선수를 마이너리그 자원으로 분류하는 행위가 '지명할당'인 겁니다.


차라리 지명할당 용어를 바꾸자!

이렇게 한국에는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기자들도 억측을 하는 겁니다. '지명할당'은 그저 Designated For Assignment를 직역한 표현인데 이 말만 가지고는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알기가 어려우니까요. '언론사를 위한 언론사'라고 할 수 있는 연합뉴스에서는 이를 '방출대기'라고 표현했던데 이 역시 잘못된 말이죠. 그리고 이 말은 '웨이버'에 더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에 필요 없으니 데려갈 팀 있으면 데려가. 아니면 방출할 수도 있어"하고 의사 표시하는 게 웨이버니까요.

차라리 일본 프로야구에서 쓰는 '전력외 통보'를 가져와 쓰면 어떨까요? 구단에서 선수를 지명할당하면서 "너를 전력 구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고, 야구 팬들 역시 이게 한번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지명할당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이들은 메이저리그에 별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미 알고 있을 테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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